엊그제 열린 ‘다산경영상 역대수상자 신춘인사회’에서 나온 ‘대한민국 기업영웅’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위기는 기회라는 생각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는 한결같은 소회는 총체적 위기의 한국 경제에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언제라고 어렵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요즘 기업인들은 윤증현 다산경영상 심사위원장(전 기획재정부 장관) 말처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절감하고 있다. 포근한 봄바람은커녕 겨울 한파 아래에서처럼 한껏 움츠릴 수밖에 없는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다산경영상 수상자들은 더 척박한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기업을 일궈낸 스토리를 들려주며 동료 기업인과 국민에게 용기를 잃지 말 것을 조언했다.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은 연륜 있는 기업인들이 ‘경영진단팀’을 꾸려 어려운 기업을 돕는 ‘경영 품앗이’를 해보자는 제안도 내놨다.

‘기업 영웅’들이 전한 메시지는 꿈, 도전, 미래로 요약된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법정관리로 경영권을 잃은 웅진코웨이를 되찾겠다는 다짐을 한 달에 10번 이상씩 했다며 ‘꿈꾸기’를 강조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도 “무일푼이 돼 죽으려던 순간도 있었지만 ‘도전 DNA’로 극복해냈다”고 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42년 내내 민주노총과 부딪혔지만 ‘1~2% 더 주자’는 마음가짐으로 해결했다”며 긍정적 자세를 주문했다.

‘희망’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위기에도 적기 투자를 결단한 덕분에 반도체 슈퍼호황을 누렸다”며 “지금의 업황 하강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진수 LG화학 이사회 의장은 “돌아가신 구본무 그룹 회장이 성과가 없어도 뚝심 있게 투자를 밀어붙인 결과,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액이 100조원에 달한다”며 “반도체 다음은 배터리가 한국 경제를 이끌 것”이라는 희망을 전했다.

멋진 기업을 일궈가는 기업가들의 이 같은 경험담과 통찰에서 ‘그래도 희망은 있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첩첩산중 규제가 쌓이고 있는데 ‘기업 영웅’들이 맘껏 나래를 펼치며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커진다. 업계 우려에도 불구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이대로 확정되면 “폭탄을 피해 해외로 나가겠다”는 기업이 적지 않은 게 답답한 현실이다. “한국에서 사업했다가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스타트업계의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말하면서 행동은 정반대다.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지만 현장과 괴리된 규제로 있는 일자리마저 해외로 몰아낼 판이다. 네이버가 규제를 피해 일본으로 나가 소니와 온라인 의료사업 합작회사를 설립한 사례가 잘 보여준다.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 정부가 ‘세금 내는’ 일자리보다 ‘세금 쓰는’ 일자리에 집중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재정을 퍼붓고 일자리 통계를 ‘마사지’하기에 앞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기업 영웅’들의 목소리부터 들어볼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