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 때 B급 노려라…당첨 확률 높고 '웃돈' 차이 크지 않아"
“부동산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면 지금 당장 청약 공부부터 시작하세요.”

정지영 씨(필명 ‘아임해피’·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 집 마련을 하는 방법 중 가장 쉬운 길이 청약”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약은 모든 부동산 매매의 출발이기도 하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청약을 공부하고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복잡한 제도를 익히고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최근 《대한민국 청약지도》를 펴낸 정씨를 만나 부동산 초보를 위한 청약 전략을 들어봤다.

“청약이 부동산의 기초”

정씨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 모델하우스가 문을 열었다면 꼭 분양받을 생각이 없더라도 상담을 받아보며 지식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조건에 맞춤형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다. 어디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해당 지역에 어떤 밑그림이 그려졌는지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씨는 “지난해 ‘디에이치자이개포’가 분양할 때 수만 명의 인파가 왜 모델하우스 주위를 빙빙 둘러쌌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며 “청약시장만 잘 들여다봐도 부동산시장 흐름을 짚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약가점도 스스로 계산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투유 홈페이지에서 청약할 때 스스로 기입하는 가점을 잘못 입력해 당첨되고도 부적격자 판정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해서다. 정씨는 “84점이 만점인 청약가점은 부양가족(35점)과 무주택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순으로 비중과 가산점이 높다”며 “성공 청약의 첫걸음은 제대로 된 가점 계산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분양에 앞서 일간지 등에 게재되는 입주자모집 공고문도 빼놓지 않고 챙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다 보니 이를 등한시하는 청약자가 많지만 청약 조건과 계약 조건은 공고문에 가장 상세히 나오는 까닭이다. 옵션 등을 포함한 실제 분양가도 입주자모집 공고문에 적혀 있다. 정씨는 “청약하려는 아파트가 어떤 규제를 받고, 1순위 청약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 첫 줄부터 나와 있다”며 “중도금 납입이 몇 개월마다 이뤄지는지 등 금융 조건도 적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자금조달 능력에 따라 이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맞춤형 전략 펴야 당첨 확률↑”

정씨는 당첨 전략도 소개했다. 첫째는 ‘B급 전략’이다. 여러 단지가 동시에 청약할 때 상대적으로 수요가 덜 쏠리는 지역에 청약하는 방법이다. 이 가운데서도 선호도가 떨어지는 주택형, 동·향이 비교적 떨어지는 주택형에 청약하면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정씨는 “단번에 당첨되긴 힘들겠지만 B급 전략을 쓰다 보면 낮은 가점으로도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다”며 “선호도가 떨어지는 주택형이라도 입주 시점 프리미엄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건이 된다면 특별공급도 반드시 노려보라고 주문했다. 일반청약과 달리 ‘그들만의 리그’에서 경쟁하다 보니 당첨 확률이 확 올라서다. 정씨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최근 경쟁률이 치열해졌지만 중소기업특별공급, 장기복무군인특별공급, 장애인특별공급은 몰라서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고 소개했다.

상대적으로 가점이 낮은 젊은 세대는 한시라도 빨리 청약통장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민간분양 가점제 당첨은 힘들지만 공공분양 당첨 확률은 높일 수 있어서다. 정씨는 “공공분양은 무주택기간 3년을 채운 상태로 납입인정금액이 높을수록 당첨 확률 또한 오른다”며 “만 17세부터 청약종합저축에 월 10만원씩 넣는다면 만 33세가 되는 시점에 무주택기간 조건을 갖추면서 납입인정금액 1500만원의 무적 통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분양 최대어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을 꼽았다. 1만 가구를 넘는 사상 최대 규모 단지인 만큼 편의시설이 다양한 데다 교통 여건도 좋아서다. 일반분양도 5000가구 이상 이뤄져 아껴둔 청약통장을 꺼낼 만하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에서도 앞으로 알짜 공공분양 물량이 나온다. 정씨는 “경기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 물량과 과천 지식정보타운 등의 분양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라며 “해당 지역 거주 요건을 맞추지 못한 상태라면 전세를 갈아타면서 청약 자격을 충족시키는 것도 당첨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