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으로 촉발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짓눌렸던 증시가 이달 들어 반등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4월 들어 1조원어치 넘는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코스피지수가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증권업계에선 “지난 1월에 이어 2차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까지 나온다.
美·中서 부는 봄바람…4월 '2차 랠리' 두근
외부악재 해소 기대 커져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이달 들어 시장이 반등한 핵심 원인은 한동안 증시를 억누르는 악재로 작용하던 미·중 무역전쟁 해소 기대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주요국 경제지표 개선과 경기 부양책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3월 차이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4로, 지난달(51.1)보다 상승했다.

중국 정부는 총 3000억위안(약 50조8500억원)의 세금감면 방안도 발표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수출 대상국 1, 2위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쇼크에도 꿋꿋한 것도 미·중 무역분쟁 해소로 글로벌 교역량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기침체는 재고 및 투자과잉 상태가 유지되는 가운데 금융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설 때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무리한 투자가 없었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도 중립금리 이하에서 멈췄기 때문에 요즘의 경기침체 우려는 지나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도 돌아오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43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정 센터장은 “매년 4월은 미국에서 환율 보고서를 발표하는 달로 원화가치가 달러 대비 높아질 확률이 70%가 넘는다”며 “월말로 예정된 환율보고서 발표 전까진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주·경기민감주에 주목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 개선 시 수혜를 볼 수 있는 대형주, 중국 관련주 등에 ‘베팅’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고태봉 센터장은 “무역분쟁이 타결되면 수출 비중이 높은 경기민감주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예상에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며 “특히 중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중국과 거래가 많은 국내 대형주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이 해외 직접구매(직구)에 대한 세금을 인하하는 등 소비부양과 시장개방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면세점, 화장품주에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이 이번달부터 증치세(부가가치세)를 인하함에 따라 중국에서 전자제품, 자동차 등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며 “전기전자, 자동차 등 주요 업종 소속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1분기가 바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 내부적으로 실적개선, 경기반등이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은 부담요인으로 꼽혔다. 정용택 센터장은 “경제 데이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별 경제성장률 전망치 흐름”이라며 “미국, 한국 등의 경제성장률 컨센서스가 계속 낮아지고 있어 주식시장이 장기간 랠리를 이어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약·바이오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바이오주는 이번달부터 주가를 자극할 특별한 요인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호재에 따라 개별 종목이 움직일 수 있지만 업종 전체가 강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영연/전범진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