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신고-핵활동 중단-핵 인프라 제거-과학·기술자 전직 요구
北핵무기 美로 이전 등 직설적 요구…정상회담 결렬 원인
"이미 수차례 北이 거절한 내용…김정은에겐 모욕적이었을 것"
윤곽 드러난 '빅딜문서'…4대 요구사항 담은 '광범위한 비핵화'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다는 이른바 '빅딜 문서'의 내용이 30일 일부 공개됐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정리한 이 문서에는 북한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시키고, 모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은 물론 화학·생물전 프로그램까지 모두 해체해야 한다는 직설적이고 포괄적 요구가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시간) 입수한 이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에 대해 "북한 핵시설과 화학·생물전 프로그램, 관련된 이중 용도 능력, 즉 탄도미사일, 발사대, 관련 시설의 완전한 해체"(fully dismantling North Korea's nuclear infrastructure, chemical and biological warfare program and related dual-use capabilities; and ballistic missiles, launchers, and associated facilities)를 요구한 것으로 돼 있다.

로이터는 또 북한 핵무기를 미국으로 넘기라는 요구 외에도 4가지 핵심 사항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이 문서에 담겼다고 보도했다.

즉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 프로그램에 대한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 사찰단에 대한 완전한 접근 허용 ▲모든 관련 활동 및 새 시설물 건축 중단 ▲모든 핵 인프라 제거 ▲모든 핵 프로그램 과학자 및 기술자들의 상업적 활동으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담은 이른바 '빅딜 문서'를 건넸다는 사실은 이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이달 초 미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당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핵과 미사일 외에 생화학 무기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비핵화'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건넸다는 이 빅딜 문서의 구체적 문구가 공개된 것은 처음으로, 당시 정상회담이 갑작스럽게 결렬된 이유를 추측하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빅딜 문서에서 담긴 미국의 요구사항들에 대해 "이는 볼턴 보좌관이 처음부터 원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정말로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려 한다면 이러한 접근법은 취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운 연구원은 "이러한 요구는 그동안 몇번이나 (북한에)거절 당해 애당초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라며 "그런데도 계속 거론하는 것은 (북한에) 다소 모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