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다른데?”

아이폰을 쓰는 A씨는 최근 국내 음악플랫폼인 ‘멜론’ 정기 결제를 위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켰다. 온‧오프라인 무제한 듣기 서비스를 신청하려던 A씨는 이상한 낌새를 챘다. 앱에 표시된 가격이 멜론 홈페이지에서 봤던 가격과 달랐던 것.
아이폰 앱에서 멜론 서비스를 결제할 때(왼쪽)와,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를 결제할 때 가격이 각각 달랐다.
아이폰 앱에서 멜론 서비스를 결제할 때(왼쪽)와,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를 결제할 때 가격이 각각 달랐다.
A씨는 곧장 앱과 홈페이지 가격을 확인했다. 같은 서비스는 앱으로 결제시 1만5000원(i-스트리밍 플러스), 홈페이지 결제시 1만900원이었다. 4100원 차이가 났다. 멜론 홈페이지는 결제시 10%의 별도 부가세를 받고 있었으나, 그마저도 앱 결제보다 3010원이 저렴했다.

이는 애플 아이폰 이용자라면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이다. 애플은 아이폰 이용자들이 앱을 구매할 수 있도록 ‘앱스토어’라는 장터를 마련했다. 애플은 앱 사용 시 발생하는 유료 결제를 반드시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애플은 앱 개발사로부터 판매 수익의 30%를 수수료로 떼어 간다. 아이폰으로 결제시 홈페이지보다 가격이 비싼 이유다. 이같은 애플의 과도한 수수료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서비스 제공자에 부과하는 수수료가 곧 사용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돈으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폰 이용자들은 보통의 가격보다 30% 가량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얘기다.

IT 업계에서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애플의 과도한 수수료 정책은 결국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애플의 이같은 불합리한 정책이 있는 한, 앱스토어에 앱 서비스를 출시해야만 하는 중소 개발사들은 자체 플랫폼을 이용해 저가 서비스 공세를 펼치는 애플과의 콘텐츠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애플의 이같은 행보는 국내 토종 앱 장터 원스토어가 기본 수수료를 20%로 낮추고,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앱 개발사가 5%의 수수료만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앱 개발자들은 애플의 수수료 정책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지만, 애플의 시장 지배력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앱 스토어에 서비스를 팔고 있다.

다만 최근 애플의 ‘횡포’에 대항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소비자들의 이익과 연결되는 만큼, 애플의 과도한 수수료 정책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대표적인 기업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와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는 ‘스포티파이’다.
아이폰으로 넷플릭스 앱을 다운받아 신규 회원가입을 하려고 시도한 결과, 로그인만 있을 뿐 신규 회원가입을 할 수 없었다.
아이폰으로 넷플릭스 앱을 다운받아 신규 회원가입을 하려고 시도한 결과, 로그인만 있을 뿐 신규 회원가입을 할 수 없었다.
넷플릭스는 신규 구독자에 한해 애플의 결제시스템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폰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넷플릭스 구독 신청을 위해 웹을 이용해야 한다. 현재도 앱을 이용해 신규가입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넷플릭스는 애플의 수수료 문제에 대항하기 위해 결제시스템을 우회하는 실험을 진행해왔다.

스포티파이는 이달 애플을 유럽연합(EU)에 제소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CEO(최고경영자)는 앱스토어의 수수료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자사 서비스 앱을 제한해 불공정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뮤직’을 운영하는 애플은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자사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반면, 스포티파이는 애플의 과도한 수수료 때문에 차별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도 애플의 과도한 수수료 정책에 반대해 목소리를 냈던 적이 있다. 지난 2011년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 등과 함께 애플의 앱 내 결제 정책에 대해 공동으로 의견서를 작성해 애플에 전달했다. 그 이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러나 애플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측에 어떠한 답변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정에 밝은 업계 한 관계자는 “그 때 의견서를 작성한 이후 애플 측과 두 차례 정도 미팅을 했지만 공식적인 채널이라고는 할 수 없었고, 글로벌 정책대로 움직이겠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안다”며 “당시 애플 코리아는 협의 권한이 없어서 본사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의견을 전달했다고 했고, 거기에 대한 본사 답변은 없었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