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애매모호한 영상 삭제 기준이 도마에 올랐다. 명확한 이유없이 영상이 지워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78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키즈 유튜버 ‘띠예’의 먹방(먹는방송)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콘텐츠가 계속해서 삭제돼 논란이 일었다. 크게 문제될 것 없이 보이는 영상이 지워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머랭쿠키를 먹는 영상은 삭제됐다가 다시 복구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띠예 부모님은 당시 심경 글을 전하며 유튜브의 영상 삭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띠예 부모님은 “당사자에게 어느 부분이 어떻게 위반됐는지 고지하지 않고 삭제만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튜브는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ASMR 비디오는 성적 만족감의 상황적 신호가 발견되는 즉시 삭제 처리한다”고 해명했다.
유튜브/사진=연합
유튜브/사진=연합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고성국TV’도 비슷한 경우를 겪었다. 고성국TV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다.

당시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구글에서 유튜브 영상을 일방적으로 삭제하고 명확한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고성국TV 영상이 삭제된 이유를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에게 물었다. 존 리 대표는 사과를 전하며 “현재는 수정 복구된 상황”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사측의 실수를 인정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가짜뉴스'같은 삭제 이유가 명확한 영상들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설전이 오간 ‘5·18 북한개입설’ 가짜뉴스 영상이 대표적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문을 읽으며 유튜브의 가짜뉴스 유통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처럼 영상 삭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유튜브가 자의적으로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사진=연합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사진=연합
지난해 4~6월 삭제된 유튜브 영상은 글로벌 기준 779만1068만 건이다. 유튜브는 자체적인 기준을 통해 문제되는 콘텐츠를 삭제하고 있다. 존 리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어떤 콘텐츠를 삭제하고, 삭제하지 않을 지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스스로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면 국내 공신력 있는 기관과 협력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 굳이 문제점을 부여잡고 자체적인 기준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는 뜻이다. 유튜브의 KISO(키소,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가입이 업계의 관심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KISO는 허위 게시물과 관련해 회원사들과 함께 삭제 기준을 만들고 기준을 적용할 때 회원사가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면 심의를 맡기는 역할을 담당한다. 회원사와 공동의 정책을 만들고 사업자들이 어떻게 판단해야할지 달마다 정책위원회를 열고 정하기도 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은 KISO에 가입돼 있지만, 구글은 KISO에 가입돼있지 않다.

이러한 문제점을 의식한 듯 존 리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KISO 회원사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KISO 관계자는 “유튜브는 KISO 회원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관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튜브가 KISO에 가입의사를 밝혔는가 하는 질문에는 “아직 연락 온 것은 없다”고 답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영상=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