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IT] 유니콘 '오포'의 몰락…공유경제모델 실패인가, 모빌리티산업 재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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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창업한 베이징 기반의 오포는 ‘도크리스(거치대 없는) 공유자전거 플랫폼’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QR코드를 스캔해 자전거를 빌려 쓴 뒤 어디든 놓아둬도 된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라스트 마일(정류장이나 역에서 목적지까지의 거리)’을 해결하는 친환경적 모빌리티란 장점도 부각됐다. 중국 국영 언론은 공유자전거를 ‘중국의 4대 현대 발명품’으로까지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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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는 한때 20여개국에 진출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분야에서 우버와 비슷한 위상을 갖는 선도업체로 부상했다. 2년 만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오포는 파산 직전에 내몰렸다. 해외사업을 철수했다. 싱가포르에선 배치했던 자전거를 모두 방치한 채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포의 이미지는 이제 ‘자전거 무덤’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오포는 전형적인 ‘플랫폼 장악’ 전략을 썼다. 압도적 투자로 시장을 선점하는 데 집중했다. 베이징은 공유자전거 대수가 인구를 넘어섰을 만큼 공급과잉이었다. 2017년 말 자전거 2300만대를 확보, 포화 상태에 근접했을 때에도 오포는 자전거 2000만대 추가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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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뿐만이 아니다. 업계에서 ‘2VC(to VC) 모델’이라 불리는 이 성장모델은 스타트업이 플랫폼을 장악하는 방법으로 통했다. 소비자(B2C)나 기업(B2B) 판매를 통한 전통적 수익 창출보다 벤처캐피털(VC) 투자를 유치하고 사업을 매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프트뱅크가 우버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듯 오포도 알리바바 등에게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같은 속성을 무시하고 덩치를 키운 오포는 외부 수혈에 의존한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가능하기 어려움을 보여주는 선례가 됐다.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 등에 따르면 중국 기술 분야의 올 1분기 개인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줄었다. “버블이 곧 꺼질 것”이란 반응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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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관건은 이용자 데이터다. 업계에선 오포에 눈독을 들이는 모빌리티 기업들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우버가 점프바이크, 리프트가 모티베이트를 인수하는 등 특정 이동수단에 치우치지 않는 ‘멀티모달(multi-modal) 모빌리티 서비스’가 업계의 화두이기 때문이다.
차두원 위원은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승차공유, 마이크로 모빌리티 쪽까지 들여다보는 이유가 있다. 결국 자율주행 기술로 가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게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쌓인 이용자 데이터, 즉 데이터로 나타나는 소비자 니즈”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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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의 라이벌 모바이크는 중국 온라인 배달업체 메이투안 디안핑에, 또 다른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블루고고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에 인수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후방 모빌리티 업체들이 경영난을 맞은 공유자전거 업체를 흡수해 기존 이용자와 데이터를 확보하면 큰 시너지를 내며 새로운 시장 주도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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