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중국·일본이 비호감 국가? 제대로 알면 '보물단지'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할 당시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54달러에 불과했다. 2025년 중국의 1인당 예상 GDP는 1만2700달러에 달한다. 남한보다 3.7배 넓은 국토 면적을 가진 일본의 산업생산 시설 규모는 한국의 14배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꼽는 비호감 국가 1위는 일본, 2위는 중국이다. ‘쪽바리’ ‘때놈’이라는 비하도 여전하다.

우수근 중국 산둥대 객좌교수가 쓴 《한중일 힘의 대전환》은 우리가 중국과 일본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는다. 중국과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청나라 말기 외세에 대한 적확한 통찰 없이 감정적 배척을 일삼다 청의 몰락을 자초한 의화단’에 비유한다. 저자는 “우리의 불행한 역사는 주변국의 야욕과 탐욕 때문만은 아니다”며 “주변국에 대한 몰이해와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 불행의 역사를 반복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기회의 불씨는 살아 있다. 책은 양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용할 방안을 찾아간다. 저자가 제안하는 일본에서 찾을 수 있는 사업 기회는 시차를 활용하는 것이다. 장기불황과 베이비붐 세대 등 일본은 10여 년의 시차를 두고 한국과 비슷한 산업구조, 인구분포를 보인다. 일본에서 먼저 유행한 상품을 한국으로 들여와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 롯데다. 소비 트렌드뿐 아니라 도시 정책과 인구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본이 먼저 간 길을 참고할 수 있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중국 정부가 매달리고 있는 환경 분야와 불량품 문제가 불거진 식품 및 위생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환경과 식품은 현재 중국 기업의 기술로는 해결이 어려워 정부가 그만큼 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분야들”이라며 미생물로 수질 오염을 획기적으로 정화하는 기술을 통해 중국 시장을 공략한 국내 중소기업을 사례로 든다. 이 회사는 심하게 오염된 중국의 하천 지류 두 곳을 살려내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저자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중국에서 가르치며 양국에서 20년 넘게 생활했다. 이를 기반으로 단순히 한·중·일 삼국의 관계를 언어와 문화, 생활과 성향을 엮어 풀어냈다. 그 덕에 깊이보다는 거리를 중시하는 일본인과 자기중심적인 중국인의 특성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을 덮을 때쯤이면 “잘 모를 때는 애물단지, 제대로 알게 되면 보물단지”라는 저자의 말이 더 와닿는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