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관계를 유지해왔던 문재인 대통령과 노동계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금이 올라 경제가 어려워진다면 일자리가 줄고 노동자의 고통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노동계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노동계에 대해 말을 아끼는 문 대통령이 에둘러 표현했지만 처음으로 쓴소리를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더 이상 최저임금 급등의 부작용을 부인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 “고용이 나쁘니 정부가 할 말이 없다”라고 언급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제는 노동계도 너무 자신들의 입장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경고이기도 했다.

노동계는 실시간으로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열린 마음에 대한 주문은 오히려 정부 출범 직후 소득주도 성장에 지지를 보내온 민주노총이 정부에 하고 싶었던 발언”이라며 대통령의 말을 궁색한 변명으로 몰아붙였다. 한국노총 역시 “정부의 정책 후퇴를 강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 출범에 절대적 지분을 갖고 있다고 여기는 노동계가 대통령의 호소에 거꾸로 ‘촛불 청구서’를 내민 것이다.

어떤 부작용이 있고 경제가 망가져도 양보할 수 없다는 게 노동계 입장인 셈이다. 하긴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저지, 최저임금 1만원 실현 등을 이유로 올해 총파업 일정까지 예고해 놓은 마당이다. 노동계를 향한 대통령의 호소가 ‘말로만 하는 시늉’이라는 오해를 받기 싫다면 이번에야말로 정부는 제대로 행정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방식 변경과 지역·업종별 차등화, 주휴수당, 탄력근로 확대 같은 문제는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법률 개정 사항은 정부 입법으로, 시행령 이하 하위 법령은 정부가 직접 바꾸면 된다. 정부가 과도하게 노동계 눈치를 보니까 노동계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초법적 행태와 불법 폭력 문제도 정부가 조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법이 정한 권한 내에서 정부가 제 할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도 바로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