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일 신년회 인사말에서 북한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신년 인사말에는 4회 등장했다.

당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파격적인 올해 신년사에 대한 ‘화답’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지난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 김정은의 신년사를 거론한 뒤 한반도 평화를 새해 소망으로 꼽았다고 적극적으로 대북 메시지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평화’라는 단어가 9회 나왔지만 “새해에는 평화의 흐름이 되돌릴 수 없는 큰 물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또 “평화가 우리 경제에 큰 힘이 되는 시대를 반드시 만들겠다”며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 내용을 ‘재탕’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반도 비핵화 역시 신년사 말미에 짧게 언급하고 넘어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입장을 곧바로 밝히는 것보다 친서에 대한 답장 형태나 신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별도로 발표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올해는 ‘남북 문제’보다 ‘경제’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제’라는 단어를 25회나 언급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는 3회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치던 남북 이슈가 답보 상태인 데다 경제 문제가 지난 1년 새 지지율을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새해 첫날부터 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우리 정부를 향한 각종 ‘비핵화 청구서’를 쏟아내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