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하지 않은 北, 시각차 커지는 韓·美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신년사를 보면 북한의 전략이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 관영 매체 역시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논조를 펴고 있다.

북한의 변치 않는 전략은 크게 네 가지로 뜯어볼 수 있다. 우선 북한은 앞으로도 외부의 경제적 도움 없이 자력갱생으로 사회주의 경제를 건설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둘째, 북한은 이미 핵실험 중지 등 비핵화에 필요한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제는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위협했다. 셋째,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와 다르다고 했다. 더 이상 북한에 일방적인 비핵화를 강요하지 말고, 미국도 한국에 대한 핵우산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남한이 북한과의 평화를 원하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말고, 미국의 전략자산도 한국에 오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변했다. 1990년대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 붕괴와 북한 경제의 몰락으로 북한을 더 이상 남한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현재 북한이 핵무기를 대량 생산해서 실전 배치하는데도 대남 군사위협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평화 분위기 조성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했다.

미국도 대북 외교안보정책을 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관계를 안보전략이 아니라 거래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한국의 안보에 왜 미국이 돈을 써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북핵 협상에서 주한미군 카드를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난해 이미 한국과 협의 없이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카드를 사용했다. 올해 열릴 것으로 보이는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선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구실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한 합의가 큰 틀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

2017년부터 미국 의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커진 점도 주목해야 한다. 주한미군 방어에 필수적인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데 한국 정부가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엔 북한의 대남 공격을 예방하기 위한 공중 정찰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남북군사분야합의서가 체결되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유사시 주한미군의 안전과 역할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국 정부는 조기에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환수하려고 서두르고 있다. 이것이 실현되면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군의 지휘를 받는다. 이 역시 미국 시각에서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에 회의를 품게 만드는 요소다. 북한의 대남 군사위협을 억제해온 한·미 동맹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될지 기약이 없는 상태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이번 신년사에서 비핵화 의지를 밝히기는 했지만, 북한은 지난 30년간 앞에선 ‘조선반도 비핵화’를 말하면서 뒤로는 핵무기를 개발해왔다. 반면 북한을 바라보는 한국의 인식과 정책은 변했다. 더불어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인식과 정책도 변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안보의 위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