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어린 아들, 딸의 결혼에 끼니를 걱정하며 부모들이 많다. 우리 부모들은 택배로, 혹은 손수 반찬을 배달하는 수고를 감내하기도 한다. 반찬 하나에 걱정과 반찬 하나에 사랑을 담는다.

가끔 이런 반찬 때문에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 '집밥' 먹을 시간이 없는 가정에선 지속적으로 보내오는 반찬이 처치 곤란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인 남성 A씨는 다른 관점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반려견 사랑이 극진한 아내가 부모님이 준비해준 음식을 반려견의 특별식으로 내놨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부모님댁을 찾았다. 가족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점심도 맛있게 먹고 가려는데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 며느리를 위해 숨겨뒀던 1등급 한우에 연어, 고구마 등 여러 반찬을 싸주셨다. 누나 셋에 A씨 혼자 아들이라 어머니는 항상 그렇게 좋은 것만 '몰래' 주셨다.

다음날 저녁 퇴근 후 저녁을 먹으려는데 아내가 주방에서 열심히 요리하고 있었다. A씨는 당연히 "어머니가 싸주신 음식들을 데우고 있나보다"라고 생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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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준비를 돕기 위해 주방에 가보니, 아내는 어머니가 주신 소고기, 연어 등을 '특별식'이라면서 반려견의 밥그릇에 예쁘게 넣어주고 있었다.

A씨는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어머니가 우리를 생각해서 드시지도 못하고 아껴둔 음식을 왜 개를 주느냐"라고 소리쳤다.

이에 아내는 "에이, 먹는 것 가지고 남자가 쪼잔하게"라며 핀잔을 줬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A씨는 "어머니가 싸 주신 건 내가 먹을 테니, 너와 개가 먹을 건 마트가서 사와라"라고 말하며 카드를 던져버렸다.

A씨는 "솔직히 가격을 떠나 어머니가 정성스레 싸주신 음식을 개밥으로 주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번이 처음이면 그냥 넘어가지만 매번 이렇다"고 토로했다.

이전에도 어머니가 직접 키운 고구마를 보고서 아내는 "우리 강아지 한동안 간식 걱정은 없겠네"라고 말했다고.

뿐만 아니라 송이버섯, 각종 고기 등 A씨가 채 먹기도 전에 반려견 밥그릇에 담겨있는 경우를 많이 봤다.

A씨는 "장모님 강아지를 데려와 키우는데 애착이 없어서 그런건가? 이제는 강아지까지 미워지기 시작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네티즌들은 "어머니가 준 음식을 강아지에게 먼저 주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아내분은 아마 강아지에게 A씨가 질투를 느낀다고 생각할 듯", "처갓집에서 보낸 음식을 강아지에게 먼저 먹여봐라", "사람 먹기도 아까운 음식을 왜...", "부모들은 당신보다 자식 먼저 생각해서 내어주는 건데 아내가 아주 예의 없고 생각 없는 행동을 했다", "강아지에 대한 시선이 A씨와 아내가 다른 것은 맞다. 애견인들에게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남편 부모가 준 음식을 강아지 먼저 준 것은 무례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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