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는 어제 처음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정부는 내년도에 추진할 네 가지 큰 방향의 경제정책 과제와 함께 ‘16대 중점 추진과제’도 제시했다.

정부가 내건 내년도 경제정책 과제는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경제체질 개선 및 구조개혁’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 네 가지다. 이 슬로건 아래 다양하게 나열된 정책과제들에는 기대를 갖게 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강조된 정책의 제목만 보면 과거 보수·우파 정부 때의 것을 다시 꺼내든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투자 확대와 경제활력 제고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하게 스며들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책 변화에 대한 다소간의 기대와 함께 의구심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늦어도 한참 늦은 일련의 투자활성화 방안들이 범여권 내부의 저항을 극복하고 지지기반의 반대까지 돌파해 하나하나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노조 세력을 비롯해 좌파성향의 사회단체, 여당 내 반(反)시장 강경파, 정치인 장관들에 의한 부처 할거주의 등 문 정부가 극복해야 할 내부의 벽은 높고 두텁다. 공유경제 사업, 원격의료 서비스 등 구두선에 그친 몇몇 규제완화 시도를 돌아봐도 그렇다. 불황에 경영권 방어 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기업들을 투자에 적극 나서게 하려면 규제 혁파에 대한 좀 더 강력한 의지 천명과 함께 섣부른 상법·공정거래법 개악을 재검토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아직 없다.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개혁 과제인 노동개혁에 대한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에서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목되는 언급을 했다. 말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필요한 조치가 신속하게 따라줘야 한다. 빠를수록 정책 효과도 있을뿐더러, 정부 정책이 신뢰를 더해 갈 때 경제 주체들도 마음을 열고 뛸 수 있다.

요즘 생산과 투자, 성장과 고용, 소비 등 경제지표에서 좋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해외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최소한 내년 한 해만이라도 정책 전환을 제대로 해보기 바란다. 당장 급해졌다고 제한적 규제 완화를 내걸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 슬로건을 움켜쥔 듯한 모습이 불안하다. 이것저것 모두 잡겠다는 식이어서는 성장력 복구도, 분배 개선도 다 놓치기 십상이다. “현장을 챙기겠다”고 역설해 온 홍남기 경제팀이 각별히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재정 확대는 계속 이어갈 수도 없거니와 정책 전환 없이는 정부가 예상한 내년 2.6~2.7% 성장조차도 기대난망이다.

오랜만에 내놓은 투자활성화 대책이 수사(修辭)나 청사진으로 끝나면 기업에도, 가계에도, 청년 취업준비생에게도, 일터에서 밀려나오는 베이비부머 장년세대에게도 ‘희망고문’이 될 뿐이다. 희망이 다시 절망이 돼선 안 된다. 그때는 나라 경제가 되돌리기 어려운 위기에 빠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