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별 기대수익률 고려해 은퇴자금 설계를
KB경영연구소의 골든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는 개인연금의 아쉬운 점으로 수익률과 연금액 부족을 꼽았다. 운용 수익률이 올라갈 때 연금자산 총액은 자연스럽게 커지기 마련이다. 수익률 제고가 은퇴 자금을 늘리는 데 필수적인 방안인 이유다.

개인 및 퇴직연금의 수령 기간이 10년 전후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은퇴자산 설계는 대부분 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연 2% 전후인 정기예금 금리 수준에서 자금운용을 지속하면 복리투자를 전제로 원금의 2배로 증가하는 기간은 30년 전후다.

연 5% 이상의 기대수익률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약 15년 후 은퇴자금은 원금의 2배 수준이 될 수 있다. 55세 이후부터 10년 정도 연금저축을 수령하는 기간을 고려할 때, 50대 전후의 은퇴자금 설계는 금리형 상품보다 투자형 상품 비중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연평균 5~10%대 수익을 기대한다면 국내외 연기금의 자산운용 방법을 이해하고 모델로 따라 할 것을 제안한다. 예일대기금, 캐나다공적연기금, 노르웨이국부펀드 등 서구권의 연기금은 채권 비중을 낮추고 주식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쓴다. 기본전략은 매월 연금을 지급하는 현금흐름 규모에 따라 안정형 자산인 채권이나 절대수익 추구형 상품의 투자비중을 결정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고수익이 기대되는 국내외 주식이나 여러 투자 자산의 비중을 결정한다.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우리나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자산운용을 예를 들어 보자. 국민연금 활용법은 자산배분 비율, 투자자산별 성과 추이, 5년 후 자산배분 증감 등 3가지다. 자산배분비율을 우선 살펴보면,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이자가 지급되는 국내외 채권형 자산에 50.8%, 대체투자 자산(국내외 오피스빌딩등) 10.9%, 그리고 배당과 더불어 높은 기대수익이 예상되는 국내외 주식에 38.2%를 배분하고 있다.

1988년 이후 국민연금의 자산별 연평균 수익률은 금리형 투자상품인 국내채권 4.84%, 해외채권 4.39%, 대체투자 8.14%다. 주식형 투자상품은 국내주식 8.37%, 해외주식 8.42%다. 2017년 국내 주식부문의 수익률이 25.88%로 상향되고 채권 수익률은 0.51%로 낮아져 주식투자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자산배분의 누적수익률은 1988년 이후 연평균 5.33%이고, 향후 5년간 연 5.3%의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2023년 주식 비중을 45%까지 확대하고 채권 비중은 40%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국민연금의 투자사례를 활용한 자산배분을 제시해 보겠다. 55세 연금 개시가 근접한 연령대를 기준으로 개인연금(IRP 포함) 자산배분은 금리형(60%)과 주식형(40%)으로 구성한다. 금리형은 연금 개시 후 6년간의 월지급에 우선 사용하고, 주식형은 고수익 대비 장기 투자가 필요한 자산에 투자한다. 금리형 60% 중에서 20%는 금리상승기를 고려해 연 2% 수준의 단기채 펀드나 고정금리상품에 투자한다. 나머지 40%는 주식 비중 30% 이하의 채권혼합형 펀드 또는 해외 채권형 펀드 중 연 3% 이상의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펀드를 활용한다.

주식형은 국내 주식형펀드에 20%, 해외 주식형펀드에 20% 투자한다. 국내펀드는 과세 측면에서 불리하기는 하지만, 세계 주요국 대비 현저한 저평가와 2017년 국민연금 수익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어 적극적인 편입이 필요하다. 코스피지수 등락과 동행할 수 있는 인덱스펀드 또는 대형주 펀드가 유리하다. 해외 주식형펀드는 미국 독일 등 경기회복을 선도하는 국가와 장기적인 성장 기대로 투자가 증가하는 베트남의 대표펀드를 혼합해 구성한다.

금융상품별 기대수익률을 고려한 은퇴자금 설계가 이뤄져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금융상품별로 일정한 주기와 트렌드의 특성을 보임에 따라 금융상품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아는 만큼 금융을 활용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은퇴 후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

정병일 KB증권 WM스타자문단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