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들이 세종시와 충북 진천 등으로 이전하면서 석·박사급 인력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의 ‘국책 연구기관 연구직 이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연구기관에서 2015년 이후 그만둔 연구원은 985명으로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연구직의 21.4%에 달했다. 연구원 다섯 명 중 한 명이 자리를 떠났으니 정책 연구의 연속성과 기관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국책연구원이 인재 유출 위기에 빠진 것을 지방 이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낮은 연봉 등 갈수록 매력을 잃고 있는 대우도 한몫했을 것이다. 1970년대만 해도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은 정부의 파격적인 대우로 고급 두뇌들이 선망하는 직장이었지만, 지금은 연구원들이 대학·민간연구소로 옮기기 바쁘다는 말이 나온다. 초창기 정부가 선진국의 싱크탱크처럼 보장해 주겠다던 연구의 자율성이 크게 떨어진 데다, 잦은 통폐합과 거버넌스 혼선 등이 겹치면서 박사급 인재들 사이에서 국책연구기관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위한 ‘중간역’이 됐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 이주 부담까지 더해진 것이다.

선진국 싱크탱크들이 정보와 지식, 아이디어가 가장 활발하게 교류되고 글로벌화에 유리한 곳에 위치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지금 같은 식이어서는 국책연구기관이 싱크탱크로서의 기능을 갈수록 잃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곳곳에서 일고 있는 정부 정책 부실 논란은 싱크탱크의 위상 추락과 무관하다고 하기 어렵다.

국책연구기관의 고급인재 유출은 국가 정책 인프라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나 다름없다. 균형 발전을 말하지만 싱크탱크가 본연의 경쟁력을 잃어버린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부는 추가적인 지방 이전을 강행할 게 아니라 국책연구기관의 경쟁력 점검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