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강성훈, 부정행위 논란에 '진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뛰고 있는 강성훈(31·CJ대한통운)이 ‘부정행위(cheating)’ 논란에 휩싸였다.

사연은 이렇다. 강성훈과 조엘 다먼은 지난 1일(현지시간) 끝난 PGA 투어 퀴큰론스내셔널 대회에서 최종일 4라운드에서 동반 경기를 했다. 다먼은 3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와 동반 라운드를 해 주목을 받았던 PGA 투어 선수로, 강성훈과 1987년생 동갑내기다. 프로 9년차이지만 아직 우승이 없는 무명이다.

문제가 불거진 건 강성훈이 대회장인 매릴랜드주 아베넬팜의 TPC 포토맥의 10번홀(파5·560야드)에서 세컨드샷을 한 이후였다. 이 공이 해저드로 날아가자 공을 어디에 드롭해 네 번째 샷을 할 것이냐를 두고 다먼과 강성훈 사이에 언쟁이 시작된 것이다. 해저드로 공이 날아가 빠지더라도 날아가는 과정에서 페어웨이 등의 ‘인바운즈(페어웨이나 러프 등)’ 구역을 한 번이라도 거쳤다면 그 첫 지점을 기준으로 그린과 먼 지점에 공을 드롭하게 돼 있다. 하지만 공이 곧장 해저드 구역으로 날아갔다면 공이 해저드 구역으로 처음 들어간 지점을 기준으로 드롭해야 한다. 드롭할 위치가 티잉 그라운드와 가까워질 수도 있고, 거꾸로 그린과 가까워질수도 있는 등 유·불리가 이 비구선과 해저드 진입 지점 등으로 결정된다. 골프룰에 따르면 공이 워터 해저드를 완전히 건너기 전에 물에 빠졌다면 해저드를 지난 지점에는 드롭할 수 없다.

다먼은 강성훈의 공이 날아가는 과정에서 인바운즈 구역을 한 번도 거친 적이 없다 봤다. 해저드로 처음 진입한 지점, 즉 벌타를 받은 이후의 네 번째 샷을 그린에서 먼 곳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강성훈은 두 번째 샷이 워터 해저드를 완전히 건넌 뒤 둔덕에 맞고 굴러 해저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린에서 가까운 입수 지점 근처에 드롭하면 된다는 얘기다.

논쟁이 길어지자 다먼과 강성훈은 뒷조인 벤 크레인과 라이언 아머에게 먼저 그 홀을 지나가라고 ‘패스’까지 줬다. PGA 투어에서 좀체 보기 힘든 ‘희귀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경기위원은 강성훈의 손을 들어줬다. 덕분에 강성훈은 그린 근처에 드롭해 네 번째 샷을 홀 근처에 올렸고,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이날 6언더파를 쳐 최종합계 12언더파를 적어내 3위로 경기를 마쳤고, 곧 영국서 열리는 메이저대회 디 오픈 출전 티켓도 특전으로 받았다. 다먼은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끝날 것 같았던 논란은 다먼이 대회가 끝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강성훈이 부정행위를 한 걸 진이 빠지도록 지적했는데, (경기위원의 판정으로)결국 내가 졌다. 경기위원은 ‘나는 나의 판단을 95%이상 신뢰한다’는 강성훈의 말을 그대로 채택했다”고 불만을 공개하면서 다시 점화됐다.

선수들의 샷 비거리 등을 기록하는 마이클 클락과 다먼의 캐디 등이 다먼의 편을 들었다. 클락은 “다먼과 강성훈의 논쟁을 조금 엿들었는데, 다먼이 강성훈에게 ‘오늘 밤 편하게 잠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네가 원하는 지점에서 드롭하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강성훈 측은 PGA 투어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서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며 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경기위원의 판정에 따랐을 뿐이며, 더이상 할 말이 없다. 남은 시즌을 잘 보낼 것이며, 몇주 앞으로 다가온 디 오픈을 기대하고 있다.”

강성훈의 편들 든 PGA투어도 공식 성명을 냈다.

“경기위원은 두 선수와 캐디, 마샬 등 해저드 근처에 있던 이들을 모두 인터뷰하고 강성훈이 두 번째 샷을 한 지점도 가서 확인했다. 강성훈은 자신의 볼이 페어웨이쪽을 먼저 거친 뒤 해저드로 들어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그를 부인할 다른 어떤 증거도 찾을 수가 없었다. 더 이상의 코멘트는 없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