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최고 강도의 보유세 개편안을 꺼내 들었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종합부동산세율을 함께 올리고, 이에 더해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추가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달 공청회에서 시나리오별 네 가지 권고안을 공개한 이후 시민단체 등에서 더 강도 높은 과세 방안을 요구하자 이를 최종 권고안에 반영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고가 1주택자나 다주택자 모두에게 징벌적 과세가 될 전망이다. 경제에 미칠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추진해야 할 세법 개편이 여론에 좌지우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억~30억 다주택 보유자 종부세 부담 '최대 22%+α' 늘어난다
◆시민단체 강경 목소리에…

재정개혁특위가 3일 최종 권고한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은 지난달 제시한 시나리오별 네 가지 권고안 중에서 가장 강도 높은 두 가지 안을 합한 방안이다. 특위는 지난달 22일 ‘부동산세제 개혁 방안’ 공청회에서 ①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단계적으로 100%까지 인상 ②세율을 0.5~2.0%(주택 기준)에서 0.5~2.5%로 인상 ③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모두 인상 ④1주택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만 올리고 다주택자는 세율까지 인상 등 방안을 제시했다. 이 중에서 3안과 4안에 제시된 종부세 강화 방안이 최종 권고안에 모두 반영됐다. 종부세 과세표준을 설정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면서 누진세율을 강화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 과세까지 적용했다.

최종 권고안에 대해 특위는 “공청회를 통해 수렴한 외부 의견을 반영해 확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공청회 이후 시민단체들은 줄곧 더 강도 높은 보유세 과세 방안을 요구해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울YMCA, 헨리조지포럼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위 권고안은 부동산 불평등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특위가 문재인 정부의 지지세력인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조1000억원 추가 세부담

특위가 권고한 대로 보유세 개편이 진행되면 종부세 납세 대상자들의 세 부담은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특위는 이번 권고안의 영향을 받는 대상인원이 34만6000명(주택 27만4000명)이며, 예상 세수효과는 연간 약 1조1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시가 10억~30억원 주택 보유를 기준으로 1주택자 종부세 부담은 최대 15.2%, 다주택자는 22.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는 공시가격 인상은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한국경제신문이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의뢰해 시뮬레이션을 벌인 결과 올해 전국적으로 평균 5.02%(서울 10.19%) 올랐던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이 이어진다면 내년 종합부동산세액은 올해 대비 최대 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위 권고대로 내년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5%, 세율을 0.5~2.5%로 높이면 주택 한 채를 만 60세 미만인 개인이 단독 명의로 5년 보유했을 경우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84.97㎡형(전용면적 기준)은 올해 종부세 51만원에서 내년 118만원으로 132.3%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잠실동 잠실엘스 119.93㎡형은 47만원에서 87만원으로 83.6%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 넘어온 기재부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특위의 권고안에 대해 “국민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조세부담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재부가 특위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지 말고 세제 당국으로서의 재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위 권고안 그대로 세법 개정안을 결정할 거라면 기재부 세제실이 있을 이유가 없다”며 “기재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