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2년 전 김해공항 확장과 대구통합공항 건설로 겨우 봉합한 동남권 신공항부터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부산·울산·경남의 여당 소속 신임 시·도지사들이 재추진을 선언해, PK와 TK가 대립하는 양상마저 띠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은 3년째 정부와 주민 간 갈등 속에 국토교통부가 타당성 재조사를 결정했다. 국토부는 중대 오류 발견시 재검토 가능성도 열어놔 앞날이 불투명하다. 모두 ‘산 넘어 산’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국책사업 유치에 혈안인 것은 위축된 지역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수조원의 재원을 거의 부담하므로, 유치에 성공한 지역에는 ‘로또’나 다름없다. 한번 결정돼 재원이 투입되면 매몰비용이 돼, 무를 수 없다는 것을 지역에서 더 잘 안다. 국책사업 유치가 지방선거에 내걸 공약 수준을 넘어서는데도 후보자들이 경쟁적으로 약속하는 이유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이미 결정됐거나 합의된 국책사업이 뒤집힌다면 매우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다. 지역 갈등을 부채질하고 정책 신뢰를 떨어뜨린다. 가뜩이나 지역마다 저성장, 산업 부진, 인구 감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판에, 2년 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또 어떤 ‘뒤집기 공약’들이 쏟아질지 상상조차 어렵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국가인프라 확충 차질은 물론 사회적 갈등비용만 커진다.

정부는 국책사업 입지 선정에 관한 원칙부터 바로세워야 마땅하다. 과열 유치경쟁을 막기 위해 전후방 효과가 큰 국책사업에 대해선 유치 지자체에 비용 분담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너도나도 가져가겠다는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 사업을, 방폐장처럼 지역마다 기피하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사업과 묶어 패키지로 넘기는 방안도 모색할 만하다. 국책사업 유치로 인한 편익과 비용이 어느 한 곳으로 과도하게 쏠리지 않아야 지역 간 마찰도 줄어들 것이다. 지역이 경쟁하는 시대에 정부의 갈등조정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