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일에도 날선 공방만 거듭하다 빈손으로 회기를 마쳤다. 방송법 개정안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등을 두고 회기 내내 충돌해 ‘여야 일정 합의 협상→협상 결렬→국회 파행’의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러나 추가경정예산안과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민생경제법안 처리 등 당장 시급한 사안이 쌓여있는 만큼 여당이 드루킹 특검을 수용해 일괄 타결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야는 이날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역대 남북 정상회담 합의가 정권에 따라 이행되지 못하거나 퇴행됐던 경험에 비춰보면 합의문 제도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촉구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이날 부산필승결의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을 비준한 전례가 없다”며 “국가 간 조약이 아닌 이상 비준 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야 수뇌부의 날선 공방과는 별개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단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틀 연속 국회 일정 합의에 나섰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국회 정상화 일정과 드루킹 특검을 두고 물밑 협상을 벌인 결과 입장차를 상당 부분 좁혔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 일부 의원 사이에서도 드루킹 특검을 수용하는 대신 추경과 민생경제법안,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등을 위해 국회 정상화에 나서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을 도입해도 지방선거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치권에선 특검 시점은 6·13 지방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검의 수사 범위 협상과 본회의 의결, 특검 임명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데다 특검 임명 이후 통상 20일 동안 수사 준비 기간이 주어진다. 이 과정에만 최소 한 달에서 두 달 이상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경수 의원이 위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자신감도 있지만, 절차 등을 고려하면 특검 수사가 지방선거 이후 시작돼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도 특검 도입의 한 이유다. 여권 관계자는 “의혹 제기 수준의 수사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무차별하게 나오고 있다”며 “여야 모두 불신이 있는 만큼 특검을 통해 깨끗하게 털고 가자는 내부 기류도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