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17) 육아지옥 끝 '막강파워' 엄마의 시대가 가고 있다
피곤해 미치겠는데 애는 계속 보채거나 놀아달라고 할 때 그냥 '그냥 빨리 자!!'라고 소리를 꽥 질러 버리고 싶을 때가 있었다. 아니 솔직히 꽤 많았던 것 같다.

큰 아이가 24개월이 되면서 기저귀도 떼고 간단한 의사표현까지 가능해졌다. 사람 비슷하게 흉내도 낼 수 있으니 조금은 육아가 쉬워지나 싶었는데 둘째 출산과 함께 타임머신 타듯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걸 암담해 하던 때도 엊그제 같다. 아니 큰 아이 키울 때만큼만 고생스러웠으면 해볼만했겠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두 배가 아닌 3~4배 더 힘든 육아 지옥 속으로 빠져버렸다. 아마도 출산 후 100일간의 육아일상은 영화 '신과 함께'의 7가지 지옥에 견주어도 그 힘듦이 부족하지 않으리라.

당시 가장 큰 바램은 내가 자고 싶은 시간에 자고 먹고 싶은 시간에 먹는 것. 그런 날이 과연 오기는 하는 건가 싶은 조급함 속에 아이들이 빨리 크기만을 기다렸다.

정신없는 와중에 육아 시계는 쉬지 않고 돌아갔고 아이들은 어느 순간 말을 종알 종알하기 시작했다. 시시때때로 '악 네가 어떻게 이런 말을?' 빵 터지기도 하고 경이로웠던 순간이 참 많았는데 그땐 육아의 사막에서 동서남북 헤매며 오아시스가 어딘지 찾느라 정신없이 흘러보낸 것 같다.

그때는 10분의 자유시간도 어찌나 달콤했는지 장난감을 사줬는데 웬일로 30분 동안 엄마를 찾아대지 않고 혼자 놀아도 '이것은 육아 맘들의 잇템'이라며 맘카페에 "저에게 무려 30분의 휴식시간을 준 효자상품이에요. 강력 추천합니다"라며 난리가 났었지.

지금은 인스타그램도 하고 블로그도 활발히 하지만 애들 어릴땐 한창 카카오스토리가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때라 나도 가끔씩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사진과 함께 기록하곤 했다. 몇개 안되는 그 글을 지금 와서 읽어보니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못된 엄마 현실 육아] (17) 육아지옥 끝 '막강파워' 엄마의 시대가 가고 있다
#episode 1

"엄마, 나는 이오 마시면 피로가 풀려~~."

" ...그...그래??"

"근데 엄마, 피로가 풀린다는 건 뭔지 알아? 필요한 게 없어진단 뜻이야."

피로가 풀린다는 말을 어디서 줏어듣고는 짐짓 진지하게 나한테 뜻을 설명해 준다.


#episode 2

"엄마 그 놀이 알아?"

"응? 무슨 놀이?"

"서 있다가 노래 부르면 뛰어가는 거야"

"무슨 노래를 부르는데?"

"오궁아 꽃이 피었습니다."



#episode 3

{주말을 맞아 친척 결혼식에 참석한 우리 가족}

"엄마 저 사람들이 결혼했어?"

"응. 드레스 입은 분이랑 옆에 있는 남자랑 결혼한거야."

"와~ 드레스 너무 예쁘다."

"그치?"

"드레스 입으니까 저렇게 예쁜데 왜 엄마는 결혼을 안해?"

"ㅋㅋㅋㅋㅋ 응 나도 결혼할까? 누구랑 할까?"
게티 이미지 뱅크
게티 이미지 뱅크
육아의 터널이 너무 길고 어둡게 느껴져도 분명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 점은 점점 커지기 시작하고 정신차려 보면 터널 밖에 나와 있다. 힘든 시간에도 끝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말을 배울때, 또는 새로운 것을 표현할 때 세상 밖으로 표현하는 많은 것들을 사진찍고 글로 적어 뒀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느 시트콤 못지않게 유쾌하고 재미있는 '짤들'이었는데 육아를 좀 더 즐기지 못하고 돌아오지 않을 그 순간을 더 많이 기록해 두지 못한 게 너무 아쉽기만 하다.

물론 일찌감치 육아일기를 쓰는 분들도 많겠지만 아이가 귀여운 순간은 생각보다 더 빨리 지나가 버린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아이 키우는 게 힘들게만 느껴지는 사람일수록 더욱 육아를 즐길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 즐겨야 한다. 왜냐하면 재미나는 일은 항상 금방 끝나버리니까.

하루 종일 숨바꼭질하자면서 자꾸 숨어버리고, 다 보이는데도 자기 어디 있는지 찾아보라 하고, 허리 아파 죽겠는데 자꾸만 안아달라고 하고, 혼자서 좀 놀면 좋겠는데 자꾸 '나 좀 봐봐요' 하면서 같이 놀자고 하고, 같은 책 수십 번 가져와 읽어달라 하고... 아이가 나를 힘들게만 한다고 생각됐던 그때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이로부터 사랑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행복한 '엄마의 시대'였다.

벌써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하는 인형놀이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나랑 놀기보단 키즈카페나 방방이에서 친구와 노는 게 재밌다 하고 더 이상 어떤 책도 가져와 읽어달라 하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대화하다가 "생수를 많이 사서 마시면 땅이 꺼져버릴 수도 있고 환경에 안 좋대" 하니까 둘째가 "아~~ 싱크홀~"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완전 어이가 없어져 버렸다.

내가 알려준 적이 없는 지식을 어디선가 습득해서 머리가 점점 커가는(?) 아이들이 무서울 정도다.

내 존재감은 대통령보다 카봇보다 막강하고 내가 알려주는 지식이 세상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며, 내 말 한마디가 아이를 울고 웃게 만들던 전지전능한 막강 파워의 시대가 가고 있다.
[못된 엄마 현실 육아] (17) 육아지옥 끝 '막강파워' 엄마의 시대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