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치료받다 지난 16일 숨진 신생아들이 맞은 주사제에서 이들이 감염된 것과 동일한 항생제 내성균(시트로박터 프룬디)이 검출됐다. 주사제를 준비하다 오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당국은 사건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대목동병원을 상급종합병원에서 일반종합병원으로 한 단계 강등하기로 했다.
"숨진 신생아, 영양주사제 통해 세균에 감염"
◆주사제 준비하다 오염 가능성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네 명에게 투여한 지질영양주사제(스모프리피드)에서 항생제 내성균이 검출됐다고 26일 발표했다. 이 균은 숨진 신생아 네 명 중 세 명의 혈액에서 나온 것과 같은 항생제 내성균이다. 이들이 숨지기 전 맞은 주사제를 통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9일 이대목동병원을 압수수색한 경찰로부터 신생아들에게 사용한 뒤 폐기된 의약품을 받아 세균 검사를 했다. 숨진 신생아들은 15일과 16일 지질영양주사제를 처방받았다. 이 중 15일 오후 5시 이후 투여한 제품에서 균이 나왔다.

숨진 신생아들은 모두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 중심정맥관으로 수액 주사를 맞고 있었다. 병원은 균이 검출된 지질영양주사제 한 병을 나눠 링거줄을 통해 다섯 명의 신생아에게 주사했다. 이 중 네 명이 사망했다. 보건당국은 이대목동병원 NICU 내 준비실에서 주사제를 준비하다 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이상원 질병관리본부 중앙역학조사지원반장은 “균이 나온 주사제는 여러 약을 섞는 조제약이 아니라 큰 병에서 나눠 링거줄에서 천천히 놔주는 제품”이라며 “제품 자체가 감염됐을 가능성은 낮게 본다”고 했다.

◆사망 원인은 추가 조사해야

숨진 신생아들과 함께 입원했던 신생아는 모두 열두 명이다. 이들에게서는 해당 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중 아홉 명이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영유아나 아동이 주로 감염되는 로타바이러스는 대개 감염자의 대변을 통해 손과 입으로 감염돼 설사 증상 등이 나타나는 바이러스다. 홍정익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장은 “이대목동병원 NICU의 인큐베이터, 모포 등에서도 로타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아홉 명 중 여덟 명은 같은 유전형의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나머지 한 명에게서 나온 바이러스는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NICU 감염 관리체계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직 신생아들의 사망 원인을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이들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홍 과장은 “사망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검사 결과를 종합해 규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들의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감염된 항생제 내성균이 어디서 왔는지, 항생제 내성균 감염이 사망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감염 후 처치 과정에서 병원 의료진 과실은 없었는지 등을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결과 나올 때까지 종합병원 강등

이날 복지부는 이대목동병원에 대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의료기관이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려면 NICU를 설치해 시설 규격을 준수하고 전담 전문의를 한 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17일부터 NICU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NICU 일시 폐쇄 등으로 상급종합병원 지정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평가협의회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지정한 3기 상급종합병원(2018~2020년) 운영이 시작되는 내년 1월1일부터 이대목동병원은 일반종합병원으로 강등된다. 진료비 가산금은 기존 30%에서 25%로 내려간다. 국내 상급종합병원은 당분간 43곳에서 42곳으로 줄어든다. 복지부는 숨진 신생아들의 사망원인 등이 밝혀진 뒤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상급종합병원 지정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