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12㎞까지 간헐적 폭음…당국 "대규모 분화 임박 가능성"

세계적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최고봉인 아궁 화산의 분화가 본격화하면서 현지 재난당국이 경보단계를 최고단계인 '위험'으로 재차 상향했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27일 오전 6시(현지시간)를 기해 아궁 화산의 경보단계를 전체 4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위험'으로 한 단계 높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분화구 6.0∼7.5㎞였던 대피구역을 반경 8∼10㎞로 확대하고, 해당 지역내 주민에게 전원 대피를 지시했다.

이는 아궁 화산이 지난 25일 오후부터 26일 오전 사이 네 차례나 화산재를 뿜어내는 등 본격적인 분화 단계에 접어든 데 따른 조치다.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에 따르면 아궁 화산은 해발 2만6천 피트(약 7천900m) 높이까지 화산재를 뿜어냈으며, 분출된 화산재는 바람을 따라 동남쪽으로 서서히 이동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네시아 교통부는 이에 따라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의 운영을 최소 24시간 동안 중단하기로 했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BNPB 대변인은 "폭발성 분화와 반경 12㎞까지 들리는 약한 폭음과 함께 분화구 상공 2천500∼3천m까지 연기 기둥이 계속 치솟고 있다"면서 "밤에 (분화구 주변에서) 관측되는 불빛도 차츰 강해져 대규모 분화가 머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발리 화산분화 본격화에 최고 '위험' 경보… 공항 일시 폐쇄
화산 전문가들은 당장 대규모 분화가 일어날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PVMBG 소속 화산 전문가인 수안티카는 "1963년 아궁 화산이 마지막으로 분화했을 당시에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약한 분화가 일어나고 한 달 뒤 대규모 분화가 잇따랐다"면서 "분화 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화산에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높이 3천142m의 대형 화산인 아궁 화산이 1963년 분화했을 당시에는 산기슭 마을 주민 1천100여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 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이후 50여년간 활동을 중단했던 아궁 화산이 최근들어 재차 분화할 조짐을 보이자 지난 9월 22일 경보단계를 '위험'으로 상향하고 분화구 주변 주민을 대피시켜 왔다.

이후 화산활동이 잦아들자 당국은 경보단계를 '심각'으로 한 단계 낮췄지만, 결국 분화가 시작되면서 다시 대응태세를 강화했다.

한편, 아궁 화산에서 뿜어져 나온 화산재의 영향권에 들면서 전날 오후 한때 폐쇄됐던 이웃 롬복 섬의 롬복 국제공항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롬복 국제공항은 아궁 화산 분화구에서 동남동쪽으로 약 100㎞ 떨어져 있다.

현지에선 아궁 화산의 분화가 장기화할 경우 풍향에 따라 발리와 롬복 국제공항의 운영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어 지진과 화산 분화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인도네시아에는 아궁 화산을 비롯해 130개 가까운 활화산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