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솔직한 논의를 했다고 9일 외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수행하고 있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양국 정상의 공동기자회견이 끝난 후 따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 정상이 단독 회동을 통해 중국 인권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의 광범위한 현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회동에서 미국은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으며 문제 수역에서 오판과 오해 등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방안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국제법에 기반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중국 측 전초 기지의 건설 및 군사화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정상회담 이후 성명에서 “양 정상은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전 보장을 위한 지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또 “양 정상이 남중국해에서 제기되는 분쟁에 대해 대화와 국제법에 따른 평화스러운 해결을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 인권에 대해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대(對)중국 무역적자와 관련해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전임 정부들에 책임을 돌린 발언의 요지를 기자들에게 되풀이해서 전달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작년 8월 케냐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 기조연설에서 제기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도 두 정상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략은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이 주축이 돼 인도양·태평양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 법의 지배, 공정한 무역 등을 추진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사실상 이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도쿄에서 아베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관영 언론 환구시보는 이날 ‘트럼프의 아시아행이 오바마의 전철을 다시 밟으면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따르고 있지만 이 전략이 중국의 굴기를 막지도 못했고 미국에도 도움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