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메르켈 승리가 유럽 개혁 늦추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달 치러진 총선에서 4연임에 성공했으나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번 총선 결과가 단기적으로 유럽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탄탄한 내수와 소비지출, 투자 등의 요인이 독일 국내총생산(GDP) 증가를 계속해서 이끌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선거 공약대로 중산층을 위해 세금을 소폭 낮추거나 인프라 지출을 늘릴 수 있겠지만 주식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특히 유럽의 개혁 추진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유로존 개혁 기대 높지만

올 상반기 프랑스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투자자 사이에 낙관론이 커졌다. 프랑스와 독일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프랑스 국채와 벤치마크인 독일 국채 간의 스프레드가 크게 축소됐다. 채권가격에 반영됐던 유로존 리스크도 상당히 낮아졌다.

현재까지 메르켈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과 협력해 유럽연합(EU) 경제를 부양하고 유럽 통합을 가속화하는 재정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런 개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유럽 주식과 채권으로 상당한 자금이 유입될 것이다.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성향이라기보다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쪽이다. 변화를 강력하게 이끄는 인물로 알려져 있지도 않다. 또 누구와 협력하느냐에 따라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과반에 실패한 집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친기업 성향인 자유민주당, 중도좌파 성향인 녹색당과 ‘자메이카 연정’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자민당은 추가적인 EU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도 유럽에 대한 비전을 특별히 제시하지 않았다. 소속 정당인 기민당이 유로존의 점진적 발전을 위해 프랑스 새 정부와 전반적으로 협력할 것을 선언하고 지역 연대를 위한 여지를 남겼지만, 규제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견해가 확고하다. 게다가 기민당은 마크롱 대통령이 제시한 유로존 부채의 상호 부담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일부 진척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도 있지만 어려운 요소도 내포돼 있다.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를 유럽통화기금(EMF)으로 전환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자율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합의가 있는 듯하다. 독일과 프랑스 모두 유로존을 대표하는 재무장관을 임명하는 데 관심이 많다. 하지만 그 과정과 최종적인 역할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양국은 또한 유로존 공동 예산에 합의했으나 규모와 자금조달 방법에서는 견해 차이가 있다.

개혁 추진 험로 예상

여러 견해 차이로 이른 시간 내 합의가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개혁 추진도 투자자의 예상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취할 정책 행보 등 당장 우려되는 사안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번이 메르켈 총리의 마지막 임기가 될 공산이 크다. 새 정부가 다음 총선 때까지 장기적인 이슈들에 초점을 맞춰 독일 경제와 EU가 견고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갖출 수 있기를 대다수 투자 전문가가 희망하고 있다. 독일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인프라 지출과 교육, 디지털화 등의 분야에 더욱 힘써야 하는 이유다.

정리=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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