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받는 유승하 현대건설 전무. 전형진 기자
박수 받는 유승하 현대건설 전무. 전형진 기자
“조합원들이 현대건설의 진심을 알아준 거죠.”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조합 임시총회가 열렸던 27일. 유승하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 전무는 개표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현대건설은 이날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반포주공1단지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 임시총회 투표에서 전체 2193표 가운데 1295표(59%)를 얻어 GS건설을 제치고 재건축 시공권을 따냈다.
박수 받는 현대건설 관계자들. 전형진 기자
박수 받는 현대건설 관계자들. 전형진 기자
총회장 밖에서 개표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현대건설 직원 수백명은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서로 얼싸안고 “현대! 현대!”를 외치며 기뻐했다. 조합원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마지막으로 임원진이 총회장 출입구를 걸어나오자 박수세례가 쏟아졌다. 개선장군을 맞이하는 환영 인파 같은 모습이었다.

입사한 지 올해로 2년이 됐다는 한 여직원은 “현대건설에 들어온 뒤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라며 “오늘 수주를 계기로 옛 명성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전무는 “생각보다 직원들이 많이 고무된 것 같다”며 “반포주공1단지를 대한민국 최고의 아파트로 만들어 현대건설이 가진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무는 현대건설의 최고급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를 론칭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기존 아파트 브랜드로 ‘힐스테이트’가 있었지만 고급 이미지가 약한 탓에 그동안 강남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디에이치를 론칭한 뒤부터는 개포주공3단지와 반포삼호가든3차, 일원대우아파트를 잇따라 수주하며 강남에 ‘H벨트’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를 포함하면 앞으로 강남권 수주 잔고는 총 6개 단지 1만3802가구다.

이날 반포주공1단지 수주로 향후 강남권 재건축 사업에 있어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게 건설업계의 평가다. 유일무이한 한강변 대단지를 짓는 건설사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현대건설의 매출총이익에서 주택건설부문의 비중이 60% 중후반대를 유지한 건 디에이치 등 주택사업 강화의 결과물”이라며 “반포주공1단지 수주로 강남권 주택시장에서 현대건설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서 등장한 조합원 이주비지원프로그램은 향후 재건축 수주전의 양상을 바꿔놓을 전망이다. ‘8·2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조합원이 이주비대출을 받을 때 담보인정비율(LTV)은 40%로 줄어들었지만 현대건설과 GS건설은 나머지 20%를 지원한다는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선 현대건설의 신용도(AA-)가 GS건설(A-)보다 높아 금리가 저렴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서 금융을 동반한 수주전략의 필요성이 증명됐다”며 “향후 재건축 수주전 역시 이 같은 방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