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가을 황사
주말 내내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선 뿌옇고 흐린 가을 하늘을 봐야 했다. 중국에서 넘어온 황사가 대기 정체 탓에 사라지지 않고 한반도 상공에 계속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중부지방 많은 곳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으로 나타났다. 쾌청한 가을 하늘을 기대하고 야외 활동에 나섰던 시민들은 때 아닌 가을 황사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래도 가을이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냐”는 푸념이 곳곳에서 나왔다.

중국발(發) 황사와 미세먼지는 봄철뿐 아니라 가을·겨울에도 나타난다. 봄철에는 중국과 몽골 사막에서 모래 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고, 10월 하순께부터는 각종 오염 물질을 포함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넘어온다. 가을철 황사는 모래 먼지 외에 중국 공업지대에서 발생한 중금속 등이 더해져 더 해롭다는 분석도 있다. 지름 2.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는 마스크로 인체 침투를 막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을 황사가 올해엔 예년보다 한 달이나 먼저 찾아왔다. 기상학자들은 먼지 유입을 막아주던 태풍 탈림이 지난 주 일본 근처에서 소멸한 뒤 중국에서 불어오는 남서풍을 따라 미세먼지들이 한반도로 건너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베리아 한랭 고기압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내륙의 대기 흐름이 정체되면서 고농도의 대기 오염물질이 서풍만 불면 한반도로 들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데는 △중국 등 해외에서의 유입 △국내 발생 △대기 정체 등 세 가지 요인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 가지 중 대기 정체는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결국 중국 유입 및 국내 발생 요인을 줄이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 미세먼지가 어떻게 생성되고 이동하는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명확한 분석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국립환경과학원은 중국발 미세먼지 비중을 40%로, 서울시는 55%로 추정하고 있고 일부 학계에선 최대 70%에 달할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여당인 민주당과 정부는 오늘 국회에서 미세먼지 저감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를 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의 미세먼지 감축 방안을 논의하면서 황사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중국 관계당국과의 협력 문제도 다룰 것이라고 한다. 미세먼지 발생의 국내외 요인을 면밀하게 분석해 대응책을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내 기업들만 다그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데, 중국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가을 아침마다 미세먼지 예보를 챙기는 국민이 많다고 한다. 맑은 가을 하늘을 보고 싶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