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소프라노 황수미.
오는 1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소프라노 황수미.
2014년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국립음대 교수는 성악부문 참가자인 한 동양인 소프라노의 노래를 듣자마자 빠져들었다. 대가에게서나 볼 수 있는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표현력에 감탄했다. 주인공은 28세의 한국인 황수미. 쇼팽,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이 대회에서 황수미는 도이치 교수를 비롯한 심사위원과 관객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성악가로는 2011년 소프라노 홍혜란에 이은 두 번째 우승이었다.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등 세계 최정상 성악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가곡 반주의 왕’으로 잘 알려진 도이치 교수는 시상식 직후 황수미를 찾아가 “반주를 하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유럽 무대 우뚝 서다

콩쿠르 우승 직후 줄곧 유럽에서 활약해온 황수미가 2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그는 오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2015년 콩쿠르 이후 첫 한국 무대에서 함께한 도이치 교수가 이번 공연에서도 반주를 맡는다. 14일 서울 정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수미는 “2년 만에 고국 무대에 서는 만큼 그동안 얼마나 성장 했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예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낭만주의 시대부터 현대를 아우르는 가곡을 들려주겠다”고 말했다.

세계적 콩쿠르에서 우승해도 다음 회차 우승자가 나오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음악가가 많다. 특히 동양인은 유럽 무대에 설 기회를 금방 잃고 만다. 하지만 황수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유럽에서 자신의 이름을 더 널리 알리고 있다. 그는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 해 독일 본 오페라극장의 유일한 동양인 솔리스트가 됐다.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으로 데뷔했고 푸치니 ‘투란도트’의 류, 헨델 ‘리날도’의 알미레라, 비제 ‘진주조개잡이’ 레일라 등의 배역을 맡았다. 최근 시즌에서 푸치니 ‘라보엠’의 미미, 모차르트 ‘돈 조반니’의 돈나 안나 등을 연기하며 역할을 늘려나가고 있다.

헬무트 도이치
헬무트 도이치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도이치 교수는 황수미에 대해 극찬을 쏟아냈다. “많은 성악가가 노래할 때 자신만의 감정을 감추려 하는데 황수미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합니다. 노래하면서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될 정도죠.”

도이치 교수는 러브콜을 보낼 당시 황수미에게 “너는 이제 나의 파트너”라고 약속한 대로 이후 그의 리사이틀 무대를 함께하고 있다.

◆“시적인 가곡, 낭만의 극치 선사할 것”

황수미는 이번 공연의 레퍼토리를 유럽 가곡으로만 구성했다. 요하네스 브람스부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프란츠 리스트, 벤저민 브리튼 등의 가곡들을 들려준다. 화려한 의상이나 오케스트라 없이 목소리 자체와 반주자와의 호흡만으로 정면 승부해야 한다.

“가곡은 시를 음악으로 풀어낸 거잖아요. 어렵긴 하지만 섬세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황수미는 연주곡 중 가장 귀 기울일 노래로 리스트의 ‘페트라르카의 3개의 소네트’를 꼽았다. 그는 “한 여인을 향한 애정이 가득 담긴 곡으로 저와 도이치 선생님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라며 “낭만의 극치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