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거야?”

"조석래 효성 회장의 관심사는 오직 일자리였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았던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82·사진)이 내부 회의 때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임기 내내 조 회장의 관심사는 오직 ‘일자리’였다. “국민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그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신념이 체화돼 있는 기업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효성이 31일 외부 인사들의 기고를 400쪽짜리 단행본으로 엮은 《내가 만난 그 사람, 조석래》를 펴냈다. 발간위원장인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이홍구 전 국무총리, 권오규 전 부총리,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허창수 전경련 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부터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까지 국내외 정·재계 인사 80여 명의 기고문을 엮은 책이다. 2014년 팔순에 맞춰 배포하려 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미뤘다가 올해 장남인 조현준 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발간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의 관심사는 오직 일자리였다"
조 전 회장은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영향으로 일본 와세다대 유학 시절이나 경영에 뛰어든 청년 시절부터 조국애가 남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홍구 전 총리는 “조 전 회장은 한국의 산업화와 글로벌화 과정에서 자신의 준비된 기량을 최대로 발휘했다”고 평했다.

고(故) 현홍주 전 주미 대사는 조 전 회장에 대해 “나라가 살아야 기업 또한 살 수 있다는 심정으로 정부의 노력과 보조를 맞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미국 비자 면제, 지식재산권 규제 등급 완화 등을 위해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김진현 전 효성그룹 고문은 “2006년 FTA 협상 당시 양국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을 때 조 전 회장이 한·미 양국의 재계 인사,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유력 인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 일을 열거하려면 끝이 없다”고 소개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의 관심사는 오직 일자리였다"
조 전 회장은 또 할 말은 하는 ‘재계의 지도자’였다. 손길승 명예회장은 1990년대 초 국회 재무위원회가 전경련을 방문했을 때 불이익을 감수하고 정부와 은행권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조 전 회장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기업들은 연 10%가 넘는 고금리와 금융권의 ‘꺾기 관행’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기업인도 속 시원하게 금융권을 비판하지 못했다. 그때 조 전 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얼마 전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았는데, 무슨 적금으로 얼마, 또 무슨 예금으로 얼마…. 그렇게 떼이고 나니 정작 손에 쥔 것은 절반도 안 됩니다.”

허창수 회장은 그를 ‘미스터 글로벌’이라고 표현했다. 일찍이 일본 미국 등에서 공부하며 국제 관계의 중요성을 꿰뚫어봤다는 것. 그가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국제회장, 한일경제협회 회장 등을 맡아 한국 기업들의 해외 경영 확대를 적극 지원한 이유다.

후쿠다 전 총리는 “조 전 회장은 나의 와세다대 동창이자 소중한 친구”라며 “조 전 회장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한일경제인회의의 한국 측 대표로 회의를 주도한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은 조 전 회장을 ‘상생의 힘을 아는 경영인’이라고 소개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지낸 터라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 회장과의 만남이 늘 편할 수는 없었다. 그럴 때마다 조 회장은 대기업 편을 들지 않고 양측을 아우르는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