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도 의제에 오를까
한·미 정상회담이 오는 6월 말 미국에서 열리기로 함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논의도 의제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한·미 FTA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지난달 29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끔찍한 한·미 FTA를 재협상하거나 종료하기를 원한다”고 했고, 이달 11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도 “한국 정부에 재협상 방침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FTA 재협상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보다 FTA 재협상 문제를 먼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째인 지난달 29일 미국이 맺은 20개의 무역협정을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가 6개월 동안 무역적자를 발생시키고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는 무역협정을 조사한 뒤 해결책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지면 미국 측에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협상을 주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국은 문 대통령 취임 후 내각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재협상에 누가 나설지 불분명하다.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내정되더라도 국회 청문회 통과까지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문 대통령 방미에 동행할 수도 있다.

정상회담까지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우리 측은 어떤 부분에서 추가 협상을 요구할 것인지 등을 정해야 하는데 시간도 많지 않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통상부문을 산업부에 떼놓은 것은 잘못됐다. 통상부문은 다시 외교부에 맡기는 게 맞겠다”고 말한 뒤 산업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통상 전문가들은 재협상에 나설 경우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해 양국 정상회담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지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6월 말 정상회담에서는 ‘재협상을 시작한다’는 원칙과 재협상을 마무리짓는 목표 일정만 합의해 발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