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공약서 '재협상' 거듭 밝혀…日은 '불가' 입장
전문가 "긴 호흡으로 사안 다뤄야"…외교적 부담 있어

문재인 정부가 10일 출범하면서 지난 2015년 한일 간에 이뤄진 '12·28 위안부 합의'의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달 28일 발표한 대선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서 '한일관계'와 관련, '역사문제의 진정한 반성과 실용적 우호 협력의 동시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12·28 위안부 합의 재협상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인정하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 도출'을 세부 목표의 맨 앞에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5일 열린 북콘서트에서도 "일본의 법적 책임과 공식 사과가 담기지 않은 협의는 무효이며, 올바른 합의가 되도록 일본과의 재협상을 촉구하겠다"고 말하는 등 지속적인 재협상 입장을 밝혀왔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러 차례에 걸쳐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거론한 데다, 강경한 대(對)일 여론을 고려하면 새 정부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많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과 일본 고위급 인사들의 거듭된 도발적 언사 등으로 외교적 마찰이 지속되는 상황인 만큼 새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한일관계 개선의 전략적 필요성과 상대방이 있는 국가 간 합의의 성격을 고려하면 해법이 단순하지 않아 보인다.

일본 정부가 거듭해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 우리 정부가 이에 맞서 일방적으로 재협상을 추진하거나 합의를 파기하려면 현실적으로 일정한 외교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 대선일인 9일 정례브리핑에서 "(위안부) 합의는 한일 양국의 약속으로 국제사회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며 재협상에 응할 의사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결국, 위안부 합의는 강경한 국내의 재협상 여론과 한일관계 개선의 전략적 필요성, 국제 외교 측면의 실익 모두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는 절묘한 접점을 신 정부가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는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응'이라고 표현하며 정책상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여기에 위안부 합의에 대해 성급한 정책 추진이 이뤄질 경우 일본과의 정면 대결 양상으로 흐르면서 신정부의 정책적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만큼 문재인 정부는 향후 '재협상', '추가협상', '파기' 등 위안부 합의 논의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서 외교 전략상의 고민, 국민과의 소통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현실적으로 일본 아베 정권이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신정부는 파기냐 수용이냐의 갈림길에 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일관계를 건설적으로 증진해나간다는 큰 틀에서 사안을 긴 호흡으로 다루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