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유 산업' 협력 위해 日·中 잇따라 방문…美의 對이란 관계개선에 대응 의도도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내에 일본 기업을 위한 경제 특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13일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회담을 열고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일·사우디 비전 2030'에 합의했다.

특구에 들어서는 일본 공장이나 연구기관에는 외국인투자 규제 완화, 세제상 우대, 통관 간소화, 인프라 정비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일본의 기업들은 특구를 활용해 사우디를 거점으로 중동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일본에서는 도요타자동차와 에너지 분야의 JX그룹, 도쿄미쓰비시UFJ은행 등 3대은행, 도쿄증권거래소 등이 사우디와의 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와 이 회사 상장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JX그룹은 아람코와 석유 및 가스 기술개발 분야에서 협력한다.

두 나라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업간 정보공유, 의료분야의 전문가 교류, 해수의 담수화 프로젝트에서의 협력도 진행하기로 했다.

투자 촉진을 위한 협정을 맺는 한편 주택건설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일본 외무성이 양국간 비자 발급 요건 완화에 대해 협의하기로 하는 등 양국 민관이 추진하기로 한 공동 프로젝트는 31건이나 된다.

살만 국왕은 전날 왕조과 관계자, 수행원 등 1천명과 함께 10대의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왔다.

사우디 국왕의 방일은 1971년 이래 46년만이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30%를 사우디에 의존하고 있어 사우디와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희망하고 있다.

살만 국왕은 지난달 26일부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중국, 일본, 몰디브 등 아시아와 중동지역 6개국을 장기 순방 중이다.

긴 순방의 배경에는 자국 경제의 탈(脫)석유의존 개혁을 위한 경제 협력 강화와 미국과의 거리두기라는 사우디의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는 특히 일본, 중국을 잇달아 방문하며 두 나라로부터 탈석유 산업의 노하우를 배울 토대를 끄집어낼 계획이다.

이와 사우디는 이번 순방을 통해 최근 미국의 대이란 관계개선에 대응해 아시아 국가와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가지고 있다.

살만 국왕은 일본 방문을 마친 뒤 오는 15일 중국행 비행기를 탄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김병규 특파원 choinal@yna.co.kr,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