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진단도 처방도 틀린 '미국 우선주의'
새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체결해 온 자유무역협정(FTA)을 일방적으로 뒤엎으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수출은 지원하고 수입에 대해선 고율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며 반(反)이민 행정명령 발동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또 멕시코 중국 등 대미(對美) 수출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훔쳐갔다며 보호주의를 선언했다. 이민자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점령하고 노동 조건도 악화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정정책, 보호주의, 이민정책은 ‘잃어버린 일자리’를 되찾기 위한 트럼프노믹스의 세 가지 핵심 아젠다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트럼프의 진단과 처방은 틀렸다. 우선 법인세와 연방소득세를 줄이면서 공공사업을 위해 수조(兆)달러의 정부 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을 보면 적자예산은 불 보듯 뻔하다. 재정정책은 미국 경제의 침체 원인이 유효수요 부족에서 야기된 것이라는 케인스주의적인 잘못된 진단에서 나왔다. 근본 원인은 방만한 정부 지출, 반시장 규제, 중앙은행(Fed)의 통화 팽창 때문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 지출을 늘려 경제를 견인하는 건 기대할 수 없다. 트럼프는 정부가 쓸 돈을 민간이 쓰게 하는 게 고용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걸 모른다. 적자예산으로 부채가 급증하면 경제적 자유는 위축되고 불경기만 심화될 뿐이라는 것도 망각했다.

중국 멕시코 등 경쟁국들이 수출을 통해 훔쳐간 일자리를 되찾으려면 보호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수입이 늘어난 탓에 미국 제조업 부문에 대량 실업이 생겨났다는 인식부터 틀렸다. 미국 전체 고용 대비 제조업 부문의 고용(1970년 30%)이 줄어든 것처럼(2015년 8.6%), 수십년 전부터 일자리가 감소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의 대미 수출 때문이라는 건 역사의 왜곡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 버클리대의 브래드 들롱 등이 보여주고 있듯이 제조업 부문의 일자리 감소는 기술 발전과 제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의 변동으로 야기된 필연적 현상이다. 수입이 일자리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하다. 오히려 값싼 수입품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두툼해졌고 다른 국내 상품의 수요 증가로 이어져 생산·고용을 늘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제조업 부문의 실업을 전부 흡수하지는 못했다. 이는 1960년대 이후 주기적으로 등장한 반시장 이념 때문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신산업 개척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가정신이 심각하게 위축된 탓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수입은 고율관세로 제재하고 수출 기업은 지원하겠다고 한다. 일자리 보호를 위해 애쓴다는 인상을 지지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대중매체의 관심을 끌 기업들을 선정해 채찍을 휘두르고 당근도 준다. 예를 들면 포드나 캐리어 등 다국적 기업은 협박하고, 구글 같은 수출 기업은 지원한다고 한다. 미국인을 고용하고 국산품을 구입하라고 강요한다. 기업 경영에 대한 트럼프의 간섭은 거침없다. 보호주의야말로 1930년대 독일 이탈리아 미국에서 경험한 ‘정경 협력’을 연상케 한다. 이런 식으로는 미국 경제를 흔들고 있는 경제침체와 시민들의 박탈감으로 인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할 뿐이다.

이민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 조건을 악화시켰다는 인식도 틀렸다. 인도적 이민(망명)은 잠정적으로 허용하는 게 인륜에 맞다. 양질 노동의 경제적 이민은 미국 노동시장을 긴장시키지 않았고 일자리 창출과 번영에 기여했다는 게 역사의 진실이다. 단순 노동의 이민도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지 않았다. 백인이 싫어하는 단순 노동 일자리를 채운 게 이민자였다.

요컨대 미국 경제에 필요한 건 기업가 정신을 활성화하는 경제적 자유의 확대다. 그럼에도 현실에 대한 근거 없는 왜곡을 일삼는 트럼프의 간섭주의적 포퓰리즘이 지배하고 있다. 다가오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갈 사회주의적 포퓰리스트가 등장할까 두렵다.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민경국 < 강원대 경제학 명예교수 kwumin@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