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비창·월광·열정 나만의 언어로 들려줄게요"
‘비창, 월광, 열정.’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수많은 앨범과 해석이 존재한다. 베토벤 소나타 중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세 작품을 들고 피아니스트 김선욱(29·사진)이 무대에 오른다. 다음달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독주회)에서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이미 높은 인지도를 얻은 그가 왜 굳이 이 곡들을 골랐을까. 김선욱은 21일 서울 종로 문호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너무 유명한 곡들이다 보니 악보에 담긴 메시지는 무시한 채 차별화에만 신경을 쓰고, 감정에만 충실한 연주가 많다”며 “가장 중요한 베토벤의 텍스트 그 자체에 충실한 연주를 하고자 했고, 이를 나만의 언어로 번역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10여년간 베토벤 음악에 집중해왔다. 2009년 협주곡 전곡을 시작으로, 2012~2013년 소나타 전곡 연주, 2015년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를 선보였다. 지난 20일엔 독일 악첸투스 레이블로 ‘3대 피아노 소나타’를 담은 앨범을 발매했다.

“‘또 베토벤이냐’고 물으신다면 ‘또 그렇네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어요. 베토벤 작품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다만 지금까진 제가 좋아하는 곡 위주로 연주를 했고, 이번엔 더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10여년 전 연주와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예전엔 온몸을 사용해서 연주했어요. 욕심도, 힘도 많이 들어가다 보니 닫힌 소리를 냈죠. 이젠 몸에 힘을 덜 들이고서도 같은 음량, 풍성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란 타이틀에서도 더욱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했다. “‘김선욱’ 하면 베토벤을 떠올리는 것이 좋지만 그 안에 갇혀 있고 싶지는 않아요. 32곡의 베토벤 소나타 중 아직 소화하지 못한 곡이 많기 때문에 베토벤을 계속 선보이겠지만 쇼스타코비치나 드뷔시 등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도 함께 연주할 겁니다.”

올해도 베토벤 공연 외에 다양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7월 독일 드레스덴 필하모닉과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11월엔 세계적 베이스 연광철과 독일 가곡 연주회를 연다. “가곡은 성악가의 목소리에 맞춰 피아노가 답하는 상생의 음악이에요. 템포도 그때그때 달라지는 등 즉흥성도 크죠.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게 돼 기쁘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정말 기대됩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