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에 맞선 여성 상원의원이 마약상과 결탁한 혐의로 감옥에 갈 처지에 놓였다.

필리핀 정부는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의원은 정치적 보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1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법무부는 거물 마약상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레일라 데 리마 의원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조만간 데 리마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데 리마 의원이 전임 베니그노 아키노 정부 때 법무장관을 지내면서 마약상들을 보호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아 상원의원 선거자금으로 쓴 혐의를 두고 있다.

비탈리아노 아기레 법무장관은 데 리마 의원 기소에 대해 "정치적 산물이 아니라 마약 거래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데 리마 의원의 혐의가 확정되면 최장 12년의 징역형과 최대 2억3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데 리마 의원은 두테르테 정부의 정치적 박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또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두테르테 정부에 맞서 계속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데 리마 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대적인 마약 유혈소탕전을 인권침해라고 비판해왔다.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7천 명 이상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의해 사살됐다.

국가인권위원장도 지낸 데 리마 의원은 작년 9월 상원 법사위원장으로서 마약용의자 즉결처형에 대한 의회 조사를 이끌었다.

당시 상원 청문회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과거 다바오시 시장으로 재직할 때 자경단을 운영하며 범죄 용의자와 정적 등 약 1천 명을 죽였다는 전 자경단원의 증언이 나왔다.

이후 데 리마 의원은 두테르테 정부를 흔들고 필리핀의 대외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법사위에서 불신임을 당하기도 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데 리마 의원이 유부남인 운전기사와 불륜을 저지르고 거물 마약상들의 돈을 받았다고 비난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