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1월 효과’가 사라졌다. 기관투자가들이 6년 만에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코스닥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지수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대상은 아니지만 첨단기술주 시장인 미국 나스닥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것과 딴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나스닥과 코스닥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코스닥시장에 수급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닥 '기관의 배신'…'1월 효과'는 없었다
◆나스닥과 따로 노는 코스닥

코스닥지수는 26일 7.17포인트(1.18%) 오른 616.81에 장을 마쳤다. 이날은 올랐지만 올 들어 코스닥지수는 5%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달 초 570선까지 밀렸던 지수가 올초 640선까지 회복했지만 과도한 낙폭에 따른 기술적 반등에 불과했다는 분석이다. ‘깜짝 반등’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코스닥지수는 한 달간 이어진 반등 폭(70포인트)의 절반가량을 이미 반납했다. 나스닥지수가 25일(현지시간)까지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시장을 외면한 영향이 컸다. 기관은 올 들어 25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코스닥시장에서 주식을 팔았다. 지난달 28일부터 20거래일째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2010년 11월22일부터 27거래일 동안 기관이 코스닥시장 순매도를 이어간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긴 기록이다. 올해부터 국민연금이 자산운용사에 요구해 온 벤치마크 복제율(위탁펀드 유형별 투자 가이드라인)을 없애기로 하면서 코스닥시장에 온기가 돌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연기금도 올해 232억원어치를 팔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나스닥과 코스닥 흐름이 엇갈리는 이유로 실적과 정치 상황을 꼽았다. 나스닥 상장 기업은 실적이 안정적으로 오르는 추세인 반면 코스닥 상장 기업은 실적 추정치가 꾸준히 낮아져 투자자들의 믿음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을 추정한 기관이 3곳 이상인 코스닥 기업 61곳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보다 16%, 1개월 전보다 5%가량 떨어졌다. 한국에서는 조기 대선 등 정치 불확실성이 주가를 누르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코스닥 수급 공백 이어질 것”

바이오·제약 등 코스닥시장을 이끌던 주도주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것도 코스닥이 부진한 원인으로 꼽힌다. 김재홍 신영증권 센터장은 “주가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현재로 끌어와 평가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수록 현재가치가 더 많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실적보다 미래가치가 주가에 더 많이 반영되는 바이오기업들의 주가 눈높이가 낮아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관이 올 들어 가장 많이 판 종목도 바이오 업종 ‘대장주’인 셀트리온이었다. 기관투자가들은 연초부터 셀트리온 주식 662억원어치를 팔았다. SK머티리얼즈(281억원) AP시스템(232억원) 원익IPS(226억원) 테스(200억원) 등 반도체 부품 관련주가 뒤를 이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센터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실적 개선이 확실한 유가증권시장의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이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중심 장세가 이어져 코스닥시장 수급 공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구 센터장은 “경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믿을 건 실적뿐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코스닥보다는 실적이 개선되는 유가증권시장에 관심을 둘 것”으로 내다봤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