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함께하면 더 강하다" 지지
서울 강남역서도 '여성권리 행진' 열려
여성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과 이민 멕시코계, 무슬림 인권을 무시하는 그간 발언을 성토하며 '여성 인권도 중요하다', '인종 차별에 반대한다' 등을 외치고 있다. 21일 오후 2시께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한국 여성권리 행진'에서도 500여명이 이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 워싱턴DC 50만명 집결 '취임식 날 보다 많아'
현지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튿날인 21일(현지시간) 오전 미 수도 워싱턴DC에서는 수십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反) 트럼프 여성행진' 행사가 열렸다.
행사가 개최된 내셔널 몰에는 당초 당국이 예상한 20만 명을 훨씬 웃도는 참석자들이 몰려들었다. 워싱턴시 공공안전 담당 부시장 케빈 도나우는 트위터를 통해 "행사에 50만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행사의 상징인 핑크 니트 모자를 쓴 채 행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이 스타라면 여성들의 성기를 움켜쥘 수 있다(Grab them by the pussy)”고 말한 것을 조롱하는 의미다. 여기서 'pussy'는 고양이 또는 여성의 성기를 뜻한다.
이들은 '트럼프 반대, KKK(백인우월주의 단체) 반대, 파시스트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멕시코계, 무슬림계 인권을 무시하는 발언을 성토했다.
◆ 클린턴 전 장관 "함께하면 더 강하다" 지지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행사를 적극 지지하며 힘을 보탰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가치를 위해 일어서고, 말하고, 행진하는 것은 어느 때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함께하면 더 강하다’는 그의 대선 구호를 강조했다.
이날 지하철 이용객 수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전 날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AP통신은 "이날 새벽부터 워싱턴 시내 주요 지하철 이용자가 급증해 일찌감치 대규모 행사가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지하철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워싱턴 지하철 이용객은 27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던 전 날 같은 시각에는 19만3000명이 지하철을 이용했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여성 시위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호주, 아시아에서도 잇달아 벌어졌다. BBC방송에 따르면, 같은 날 런던에서는 수천명이 '여성들의 행진'에 참여했다. 주최 측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위협에 처할 것으로 우려되는 여성들의 권리를 강조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런던 시내 영국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도심 트래펄가 광장까지 행진을 벌이며 "장벽들 말고 다리를 건설하라" 등 트럼프의 구상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행사에는 사디크 칸 런던 시장도 참석했다. 해리엇 하르만 노동당 의원은 트럼프 당선에 대해 "여성의 권리들이 위협받고 억압될 거시라는 실질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고 BBC를 통해 심경을 전했다.
◆ 서울 강남역서도 '여성권리 행진' 열려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범에 맞춰 여성 편견 조장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서울 지하철 강남역에서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국 여성권리 행진'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여권이 인권이고, 인권이 여권이다’, ‘누구에게도 차별 없는 세상을’, ‘싸우는 퀴어가 나라를 정의롭게’ 등을 외치며 강남역에서 출발해 국기원 입구, 신논현역을 거쳐 행진했다.
이외에도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는 수백 명이 모여 행진했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참석자들이 핑크 모자를 쓰고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프라하 시내에서 진행된 행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상화가 등장했다. 시민들은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구호를 외쳤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20일에도 미국과 영국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개최됐다. 워싱턴DC에서는 폭력 사태가 벌어져 경찰 6명이 부상하고 시위 참가자 217명이 체포됐다. 영국주재 미국대사관 등에서도 트럼프 반대 시위가 열렸다.
한경닷컴 뉴스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