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 사드·위안부·센카쿠 문제…"갈등·불신 증폭"
돌파구도 난망…트럼프 변수로 동북아 파고 높아질듯

정주호·김정선 특파원 = 한국과 중국, 일본 간 갈등 양상이 서로 물고 물리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중일 3국 공동체 구상까지 나왔던 때가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서로 양보없는 일전을 치르고 있다.

까칠하고 날카로운 언사들로 이미 당국 간 관계는 냉각되고, 민간 정서도 얼어붙었다.

특히 이달 중에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 한중일 3국과의 관계에 불확실성을 드리우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사드 한반도 배치와 일본 위안부 한일 합의를 빌미로 경제 보복을 당하는 등 곤경에 처하게 됐다.

무엇보다 중국이 한반도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 수위를 한단계씩 올려가며 한중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는 점이 가장 큰 우려 사항이다.

이로인해 중국을 북핵 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삼으려던 한국의 대중 접근책이 무위로 돌아갔다.

사드 한반도 배치에 강력 반대하는 중국이 비협조로 돌아선 때문이다.

한중 양국 정부간 경색 국면에 활로를 모색하려던 한국 야당 의원단의 중국 방문을 통해서도, 중국은 사드 배치 반대 입장만을 강조하면서 한국과의 갈등과 대립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기대했던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대목은 중국이 사드 외에도 한일군사정보교류협정 체결에 불편한 감정 표현 수위를 높이고 한미일 동맹체제 강화를 견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여차하면 사드 이외의 사안으로 한국과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국은 사드 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닌 북핵 문제에 대응한 것이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특히 한국으로서도 '등가의 카드'는 아니지만 중국에 대응할 카드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양국 갈등이 더 고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팽창에 맞서기위해 미국을 고리로 한국을 동참시킨 한미일 동맹체제 구축을 구상해온 한일 양국 관계도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태세다.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재작년 말 의기투합한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지난달 28일 1주년을 맞았지만, 위안부 해법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일본 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을 빌미로 일본 정부가 6일 자국의 주한 대사와 부산총영사를 일시 소환하고,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선언한 것은 한일 관계의 현상황을 잘 반영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 양국은 여전히 과거사 인식의 간극만을 확인하는 중이다.

아베 정권의 역사 도발이 계속되며 한국은 일본의 진정성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한중 접근에 대해 일본인의 반발감까지 더해져 일본 내에서 대(對) 한국 정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했다.

중국과 일본 역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주변 해역에서 중국 해경선의 항행으로 관계가 험악해지고 있다.

일본이 2012년 센카쿠 열도에 대한 국유화를 선포한 이후 중일 양국의 마찰은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중국군이 항공모함을 서해에 이어 서태평양까지 진출시키며 잇단 무력시위를 벌이자 일본 자위대가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우경화 행보를 보이는 일본 정부 내에서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의 방위예산으로 한계가 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중일 양국의 군비 확충, 군사력 강화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 일본은 최근에는 일본의 대(對) 대만 외교창구의 명칭을 바꾸는 것을 놓고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일본이 새해 벽두 대만주재 일본대사관 역할을 하던 '교류협회'의 명칭에 '대만'을 넣어 '일본대만교류협회'로 바꾸자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환리(張煥利) 중국 세계문제연구센터 연구원은 "역사인식의 문제나 댜오위다오, 동중국해, 남중국해 문제에서 아베 노선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은 트럼프 체제의 미국을 등에 업고 계속 중국과 대립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이후 수차례의 정상회담이 이어졌지만 3국은 그 지정학적 갈등요인을 해소 극복하지 못한 채 오히려 갈등과 불신을 증폭시켰다.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따른 과거사 인식에서 비롯된 3국간의 이견은 수많은 조정노력과 협력 모색에도 외교안보, 경제 분야의 경쟁에 이어 국민 간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배타적 민족주의와 우익세력이 득세하고 해양패권을 둘러싼 영토분쟁, 천연자원 확보 경쟁 등으로 전선이 확대된 것이 양국 감정싸움을 부추겼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체제가 들어선 이후 한중일 3국의 외교전선은 그 복잡성이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해법을 변수로 남겨놓고 트럼프 당선인은 한중, 한일, 중일관계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집단자위권을 인정한 안보법을 본격 시행하기 시작한 일본은 이미 미일 동맹과 결속 체제를 선택했고 중국은 외교안보, 경제 측면에서 대중 강경노선을 보이는 트럼프를 상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주변 강국들이 모두 '스트롱맨 시대'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정국으로 사실상의 국정공백기를 맞으며 위기 타개에 나설 리더십이 부재하다는데 그 심각성이 더하다.

지난해 12월로 예정됐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격로 무산된 뒤 올 상반기중 예정된 정상 외교 일정은 없고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려했던 '외교절벽'이 가시화되면서 뾰족한 답이 없는 암담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외교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북아를 둘러싸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외교전 속에 한국의 상황이 제국주의 세력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던 구한말 조선을 연상시킨다는 지적과 함께 한국이 스스로 동북아 외교전의 수렁에 빠지는 것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과 일본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한국이 선택할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진다.

(상하이·도쿄=연합뉴스)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