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가파른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재테크 시장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5년여간 이어진 금리 인하기에 승승장구하던 채권에서 자금이 빠져 주식시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다. 실적에 비해 몸값이 저렴한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1조달러 인프라 투자도 재테크족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테마다. 인프라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면 하향 안정화된 물가가 조금씩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리와 물가가 함께 오를 때 수익률이 치솟는 뱅크론 펀드, 물가연동채권, 인버스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유망 재테크 상품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가치주펀드, 충분히 저렴하다

가치주에 투자하는 대표 상품은 역시 펀드다. ‘가치주 펀드’로 분류되는 주식형 펀드들은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유지하면서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낮은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1년간 얼마나 벌었는지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가치주 펀드는 전통적으로 금리 인상기에 높은 수익률을 보여왔다. 미래 기대수익이 주가에 반영된 성장주는 금리가 오르면 할인율도 덩달아 높아져 투자 매력이 반감된다는 설명이다.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3개 가치주펀드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12월29일 기준)은 -4.83%로 나타났다. ‘KB밸류포커스’(-3.38%), ‘한국밸류10년’(-3.1%) 등 대표 가치주 펀드들도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가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지며 가치주가 소외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조금씩 시장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치주 펀드들이 담고 있는 종목 대부분이 충분히 조정을 거친 만큼 수익률이 상승 반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물가 상승 기대가 커지는 국면에서 경기 민감주를 담은 펀드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금리와 물가 상승기에 가치주가 강세를 보인다”며 “글로벌 경제가 디플레이션 환경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가치주가 더 빛을 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수익이 연동되는 상품 찾아라

금리와 수익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품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금융회사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S&P 기준 BBB- 미만)에 대출해준 자금을 유동화해 발행한 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뱅크론 펀드가 대표적이다. 변동금리를 적용받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이자 수익도 함께 늘어나는 게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특별자산’ 펀드(지난해 수익률 13.18%),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특별자산’ 펀드(7.35%)가 있다.

구자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뱅크론은 기업자산을 담보로 한 선순위 대출채권이면서 듀레이션(원금 회수 기간)도 짧아 금리 변동성이 커질 때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뱅크론 이자율이 올라가면 기업 신용 리스크가 불거질 위험이 있다.

물가가 오르면 수익률이 올라가는 물가연동채권도 채권을 대체할 만한 자산으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자가 1조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조짐이 나타나는 만큼 물가연동채권을 국채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이스트스프링물가따라잡기’ 펀드(1.89%),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물가따라잡기’ 펀드(1.98%) 등 두 종류다.

금리 인상으로 채권 약세장이 꾸준히 이어진다고 판단되면 기준가가 채권값과 거꾸로 움직이는 인버스 채권 ETF도 좋은 대안이다. ‘KODEX10년국채선물인버스’ ETF가 국내에 상장된 유일한 채권 인버스 ETF 상품이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이 5.13%에 달한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