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트럼프 '중국 때리기' 밀어붙이긴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對)아시아 정책방향이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45%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든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궁극적으로 중국에 뺏긴 일자리를 되찾아올 것이라는 주장 말이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도 발빠르게 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발표했다. 트럼프는 중국을 정말로 때릴 수 있을까?

한국은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의 경제협력 관계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미·중 양국 경제관계가 좋지 못할 경우 한국에도 재앙이 될 것이다. 결국 트럼프는 집권 이후엔 선거운동 당시처럼 중국을 강하게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중 경제관계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관세보복이나 환율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미국은 대중교역에서 매년 거의 250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 그 이면에는 품질이 괜찮은 싼 중국제품을 미국 소비자들이 다량으로 갖다 쓰기 때문에 이들 소비자의 이익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대중 수출도 보잉사나 카길사 등 수개사에 집중되고 있다. 이들에서 비행기와 곡물을 사주지 않는다면 미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2015년만 하더라도, 중국이 이들에서 수입한 비행기(154억달러 규모), 곡물류(135억달러 ) 등이 전체 수출의 24.9%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중국시장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트럼프 자신이 중국의 중요성을 조기에 인식, 이미 다양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외손녀가 중국어를 몇 마디 한다는 것뿐이 아니다. 가령 홍콩 인근의 선전을 기반으로 한 거대 부동산 그룹인 헝다(恒大)의 쉬자인(許家印) 회장과 관계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 기업은 재계 100위권에 들고 축구단도 운영하는 부동산 주력기업이다. 부동산이 주력이니 그러려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바오리(保利)그룹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오리그룹은 공식적으로는 1990년대 초 군대를 기반으로 설립됐지만, 구성원은 군부의 핵심이던 양상쿤, 예젠잉, 왕쩐 등 원로들의 자제로 이뤄져 있었다. 바오리그룹과의 관계가 좋다는 것은, 중국이 공산당 중심국가이며, 군부가 그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중국을 때릴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 무역제재나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독자적으로 할 수는 있으나, 이는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저항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미국은 전술한 것처럼 서민 대상의 싼 생필품을 중국 이외에서 구입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 적자재정 보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미국 국채 총발행액의 18.8%에 달하는 1조1570억달러를 소화하고 있다. 그만큼 서민층의 복지와 연방정부의 돈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련한 비즈니스맨인 트럼프가 타협 이외에 과연 이 두 가지만이라도 감당할 뾰족한 수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중 경제관계는 트럼프 취임 초기에는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그칠 것이다. 우리는 미·중 관계의 발전 추이를 잘 지켜보면서 중국시장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우려되는 것은 중국이 하루가 멀다 하고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오는 ‘중국속도’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한국은 최근의 국내 사태로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마저도 손 놓고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하루빨리 국내 정치가 안정돼 불필요한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우리 주도의 대미, 대중 관계를 더 확고하게 가져가야 한다.

정영록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