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운데)가 10일(현지시간) 부인 멜라니아(왼쪽)와 워싱턴DC 의회를 방문해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함께 걸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운데)가 10일(현지시간) 부인 멜라니아(왼쪽)와 워싱턴DC 의회를 방문해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함께 걸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우려돼온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가로막혀 버락 오바마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비준을 포기한 것은 그 첫 단추다.

미국을 비롯한 TPP 가입 12개국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7%(2013년 기준),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에 이른다. 트럼프 당선자가 내건 보호무역주의 공약이 이행되면 교역국들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TPP·NAFTA 철회 재확인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달 22일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 유세에서 취임 100일 구상을 발표했다. 구상은 내년 1월20일 취임 첫날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보호를 위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또는 폐지를 선언하고, 미국이 지난 8년 동안 추진해온 TPP에서 탈퇴할 것을 공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교역국들의 불공정무역행위를 전수조사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미국 트럼프 시대] TPP 포기 끌어낸 트럼프…생각보다 빨리 온 '보호주의 회오리'
트럼프의 이 같은 공약은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주 등 2004년 이후 한 번도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준 적이 없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스트벨트 지역 주민들은 멕시코장벽 설치 등 이민규제 공약보다 보호무역을 통해 일자리를 지켜주겠다는 트럼프 후보의 공약에 더 환호했다”고 보도했다.

대선일 출구조사 결과, 트럼프 지지자들은 가장 중요한 이슈로 경제(45%)를 꼽았다. 멕시코장벽과 불법체류자 추방 등 논란이 많았던 이민규제 강화 공약(17%)은 그 다음이었다. 지지자 중 57%는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고, 70%는 대통령을 뽑을 때 경험이나 능력보다는 ‘변화’를 가져올 후보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다음은 한·미 FTA 재협상?

NAFTA 당사국인 캐나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 이행에 대비해 이를 폐기하거나 재협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 역시 재협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러스트벨트를 방문할 때마다 “한·미 FTA는 미국 일자리를 잡아먹는 킬러(killer)”라고 콕 집어 비난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정권인수 작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보수 성향의 워싱턴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도 한·미 FTA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최근 보고서에서 “한·미 FTA의 경우 그동안 문제가 된 미이행 과제들을 서둘러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게리 후프바우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미국 의회가 수십년간 통상에 관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해왔다”며 “지금은 통상문제 주도권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전부터 “트럼프 후보가 집권하면 NAFTA와 한·미 FTA 재협상뿐 아니라 미국의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도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대선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통상과 외교는 의회의 권한이 더 세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한·미 FTA는 주한미군과 더불어 한·미동맹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