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해 규모 거대해"…다른 관계자들 징역 4년∼7년
배상명령 신청은 1심 뒤집고 '각하'…민사소송 전망

고객 2천700여명을 상대로 1천300억원대 투자 사기를 벌인 무허가 유사수신업체 이숨투자자문의 실질적인 대표 송창수(40)씨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13년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9부(황한식 부장판사)는 22일 사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송씨에게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하며 "실질적인 운영자로서 범행을 기획하고 주도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함께 기소된 이숨투자자문 관계자들도 1심과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이 회사 부대표 조모씨와 마케팅본부장 최모씨는 징역 7년형, '바지사장' 역할을 한 안모씨와 투자금 관리를 맡았던 한모씨는 징역 4년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송씨 등이 합법적 금융기관의 외관을 만들고 해외 선물투자를 명목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여러명이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 규모가 거대한 점에 비춰볼 때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피해자들이 낸 배상명령 신청을 각하했다.

송씨 등의 재산을 가압류해 일부 금액을 피해자들에게 갚았는데, 피해자 개개인이 추가로 배상받아야 할 금액이 얼마인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향후 피해자들은 송씨 등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3항은 피해 금액이 특정되지 않거나 피고인의 배상책임 범위가 명백하지 않을 때 법원이 배상명령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

배상명령이 각하되자 법정에서 결과를 지켜본 한 피해자는 "송씨가 배상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실제로는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금액이 특정되지 않아 형사 배상명령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조속히 민사 소송을 내서 피해를 변제받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씨 등은 지난해 3∼8월 "해외 선물에 투자하면 3개월 뒤 원금과 함께 매달 2.5%에 이르는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 2천772명에게서 총 1천381억6천여만원을 끌어모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먼저 투자한 고객에게서 받은 돈을 이후에 투자한 이들에게 송금해주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회사를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여·구속기소) 변호사에게 부당한 수임료 총 50억원을 건넨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최 변호사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송씨에게 '재판부에 청탁해 보석·집행유예를 받게 해 주겠다'며 각각 50억원씩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 기소돼 1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