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주금공) 노조가 엊그제 상급 산별노조인 금융노조에서 공식 탈퇴했다. 노조는 지난달 회사 측과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는데 이 제도 도입을 반대해온 금융노조가 다음달 23일로 예정된 총파업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자 탈퇴를 결정한 것이다. 금융노조 탈퇴는 2014년 한국장학재단에 이어 주금공이 두 번째다. 올 들어 대법원 판결로 금속노조를 탈퇴할 수 있게 된 발레오전장(2월), 상신브레이크(4월) 등에 이어 주금공까지 산별노조와 결별하면서 노동계가 1997년 이후 벌여온 ‘대(大)산별주의’ 전략에 균열조짐이 보인다.

산별노조는 당초 동종 업종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임금수준을 균형 있게 개선한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노동계는 이를 전국 단위, 업종 단위 ‘투쟁’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 차원에서만 추진했다. 특히 개별기업을 지회나 지부로 아래에 두고 산별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상의 교섭권과 체결권을 갖게 되면서 노사갈등이 더 심해지는 부정적 영향만 나타났다. 중복교섭, 장기교섭이 다반사여서 금속노조의 경우 1주일에 하루는 중앙교섭, 하루는 지회교섭 등을 진행하며 매년 30회 이상의 교섭을 벌이기도 했다. 근로나 임금과는 전혀 상관 없는 정치파업으로 변질되는 것도 예사다. 개별 사업장 노사가 어렵게 합의한 것을 산별노조가 뒤집는 일도 벌어진다. 주금공의 탈퇴 결정이 있기 전, 금융노조는 사측이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탈·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주금공 노조가 대의원 회의를 통해 과반 찬성으로 탈퇴를 결정한 것은 투쟁과 파업이라는 산별노조의 행태에 질린 노조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산별노조는 대표성도 떨어진다. 국내 노동조합 조직률이 10.3%인데 한국노총 소속이 4%, 민주노총 소속이 3% 정도 된다. 이 가운데 산별노조는 한국노총의 20%, 민주노총의 80%로, 1800만 근로자 가운데 60만명 정도만이 산별노조 소속인 것이다. 한줌도 안 되는 대기업 노조가 산별체제를 지렛대 삼아 20년 동안 한국 노사관계를 뒤흔들어 왔다. 그 뿌리가 이제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