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3급·조울증 앓는 20대 이모가 3살 조카 혼자 키웠다

복합적인 정신질환을 앓던 20대 이모가 홀로 세 살배기 조카를 양육하며 폭행과 학대를 저지른 끝에 아이를 살해했다.

11일 전남 나주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조카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A(25·여)씨는 2013년 7월 23일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수시로 기분이 들뜨거나 가라앉는 조울증 진단을 받아 현재 치료 약을 복용 중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신적 고통 탓에 A씨는 지난해 10월 아파트 베란다에서 자살소동을 벌여 119구급대와 경찰을 출동하게 한 기록을 남겼다.

제 몸조차 건사하기 버거웠던 A씨는 가족 사정으로 지난 6월부터 친언니 아들 B군(3) 양육을 도맡았다.

미혼모인 B군 친모가 아들을 키울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충북으로 떠나면서 A씨에게 당분간 대신 키워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친모에게는 다른 형제가 있었고 B군 외조부모도 있었지만, 출산 경험이 없는 A씨가 조카 양육을 떠안게 된 사연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A씨가 조카에게 수시로 손찌검을 한 정황을 미뤄 다른 가족이 함께 B군을 돌봤더라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B군이 여름방학을 앞둔 지난달 15일 친모가 사는 충북으로 떠난다는 이유로 나주지역 어린이집 등원을 중단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은 더했다.

일정한 직업 없이 조카를 키우는 일이 일상의 전부였던 A씨는 아무 이유 없이 화가 난다는 이유로 B군을 수시로 때렸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도 A씨는 B군을 폭행했고, 지난달 말에는 말을 듣지 않는다며 팔을 발로 밟아 골절상을 입혔다.

사건 당일에는 설사기를 보인 B군이 침대 시트를 더럽힌 것에 화가 나 목 조르고 폭력을 행사했다.

욕실에서 조카를 씻기던 A씨는 B군이 구토를 하자 물이 가득 담긴 아동용 욕조속 물에 다섯 차례 머리를 밀어 넣었다.

학대와 폭행을 견디지 못한 B군은 쓰러지며 숨을 거뒀다.

A씨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이후 전개된 상황에서 보인 A씨의 행동은 '비정한 살인자'라기보다 '어딘가 불편한 듯한 사람'의 모습이었다고 이웃 주민, 119구급대원, 경찰 관계자들은 이야기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육아는 사적인 영역이기도 하지만 공적 영역이기도 하다"며 "육아 준비가 안 된 이모가 키우던 조카를 끝내 살해한 이번 사건이 여러모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나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