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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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11시 복싱 밴텀급 32강전 출전

한국 복싱의 유일한 희망 함상명(21·용인대)이 드디어 올림픽 링에 오른다.

함상명은 11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센트루 6관에서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복싱 밴텀급(56㎏) 32강전을 치른다.

부전승 기회를 얻지 못한 함상명은 생애 첫 올림픽 첫판부터 까다로운 상대와 만난다.

베네수엘라의 빅터 로드리게스(21)다.

로드리게스는 사우스포(왼손잡이)다.

상대의 공격이 먼저 나오길 기다렸다가 기습적인 왼손 카운터 펀치를 꽂아넣는 스타일이다.

먹이 사슬처럼 얽힌 두 선수의 관계도 흥미롭다.

함상명은 지난달 6일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국제복싱협회(AIBA) 주관 APB(AIBA 프로 복싱)/WSB(월드시리즈 복싱) 올림픽 선발전 8강에서 이브라힘 괵첵(터키)에게 무릎을 꿇었다.

함상명에게 패배를 안긴 괵첵을 이 대회 3~4위 결정전에서 무너뜨린 것이 바로 로드리게스의 왼손 카운터다.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파이터인 함상명으로서는 스타일상 상극일 수도 있는 상대와 첫판부터 만나게 된 셈이다.

로드리게스를 꺾으면 16강전에서 중국의 장자웨이(27)와 격돌한다.

현재 APB 챔피언인 장자웨이는 3번 시드를 받아 부전승으로 16강에 직행했다.

장자웨이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함상명이 꺾은 선수다.

애초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던 함상명은 같은 체급의 아르헨티나 선수가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덕분에 한국 복싱 선수 중 유일하게 리우행을 확정했다.

급작스럽게 올림픽 출전이 결정됨에 따라 훈련 파트너를 동반하지 못한 함상명은 매일 훈련장에서 즉석 스파링 파트너를 구해 실전 감각을 유지해왔다.

시흥 군서중 1학년 때 복싱을 시작한 함상명은 경기체고 1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되며 주목을 받았다.

그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고등부에서 전국대회 3연패를 일구며 동년배 가운데 적수가 없음을 선포했다.

열아홉 살에 국가대표로 발탁돼 처음 출전한 국제 종합대회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1948년 첫 올림픽 참가 이후 올림픽 명맥이 끊길 뻔했던 한국 복싱은 함상명 덕분에 올림픽 역사를 이어가게 됐다.

함상명은 왼쪽 가슴에 새긴 분골쇄신(粉骨碎身·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진다는 뜻으로 전력을 다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 문신의 뜻대로 혼을 다해 리우 올림픽에 임할 계획이다.

한국 복싱 유일한 올림픽 출전자인 함상명은 "혼자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올림픽에 못 나온 동료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는데, 동료들과 함께 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선수에게 올림픽은 꿈의 무대"라며 "천운을 얻어서 소원을 성취했으니 이제 올림픽 메달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첫판부터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