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목 감독 '오발탄' 디지털 복원본 최초 공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영화와 영화 관련 자료를 영구 보존할 수 있는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파주센터)가 19일 문을 열었다.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에 설립된 파주센터는 한국영화 보존·복원전문시설로, 디지털 복원에 필요한 첨단장비를 구축했으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필름 현상실을 만들었다.

이날 오전 파주센터 앞 야외광장에 열린 개관식에는 영화감독 감수용·배우 안성기 등 영화인, 홍보대사인 배우 권율·한예리, 정부·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1958년 영화계에 데뷔해 한국영화의 부흥을 이끈 김수용 감독은 축사에서 "우리가 만든 영화가 영구보존된다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감동을 참을 수 없다"며 "수십 년 전 정열적으로 영화와 더불어 씨름하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영화가 '천만 시대'를 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센터는 훼손 우려가 있는 영화 원본 유일본을 필름 현상실과 인화실에서 마스터 필름으로 복사하거나 유일본 프린트로 복사해 안정적으로 복원·보존할 예정이다.

또 4K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 필름 스캐너와 색 보정기, 마스터링 장비, 사운드 필름 전문 스캐너 등을 도입해 고전영화를 디지털로 복원하는 작업이 가능해졌다.

현재 영상자료원은 서울 마포구 상암본원에 보존고를 운영하고 있다.

영상자료원은 "파주센터 개관으로 자료 보존공간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게 됐으며 한국영화를 천재지변 등으로부터 더욱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이원보존을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주센터는 개관식 직후 고(故) 유현목 감독의 1961년 영화 '오발탄' 디지털 복원본을 처음 공개했다.

오발탄은 대식구가 있는 가난한 계리사 철호(김진규)와 제대 후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은행을 털어 한몫 챙기려는 영호(최무룡)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영화로, 한국영화 리얼리즘의 모범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남아있는 '오발탄' 필름은 1963년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 출품된 영어자막본뿐이다.

조소연 보존기술센터장은 "화면이 지속적으로 떨리고 얼룩이 계속 출몰할 뿐더러 심한 것은 화면 절반가량이 훼손돼 있었다"며 "이 때문에 섣불리 복원이 어려웠지만 2년간 모든 역량을 집중한 결과 복원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유현목 감독의 부인인 박근자 여사는 "오발탄은 (유현목) 감독이 위대해서 나온 작품이 아니라 그 시대상이 품었던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발탄이 부활했다는 점이 너무 감격스러워서 어제도 오늘도 울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여사는 유현목 감독이 쓴 오발탄 원본을 직접 들고 나와 공개한 후 영상자료원에 기증했다.

영상자료원은 올해 하반기 중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인 '길소뜸', '서편제' 등을 최고 화질로 복원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센터 개관을 기념해 20일부터 6월 17일까지 서울 마포구 시네마테크KOFA에서 특별전을 열고 세계영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 16편을 상영한다.

(파주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