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심사서 상단배치 제동…"담배회사 편드냐" 비판에 재심서 수용
복지부 "시행령 개정 즉각 추진"…공포시 12월23일부터 시행
규개위 "새로운 근거와 편익분석 제출한 복지부 입장 수용"


오는 12월부터 담뱃갑에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하는 흡연 경고 그림의 위치를 담뱃갑 상단으로 하는 방안이 사실상 확정됐다.

규제개혁위원회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재심을 열어 경고 그림을 상단에 표기해달라는 보건복지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규개위는 경고그림을 상단에 배치할 경우 흡연율 감소 등 사회적 편익을 분석해 복지부의 입장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규개위의 이 같은 결정은 흡연경고 그림을 상단에 배치하지 못하도록 한 지난달 22일 첫번째 심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이는 당시 규개위의 결정 이후 "담배 회사의 입장을 들어줬다"는 비판이 거세진 데 따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복지부는 이번 재심에서 경고 문구를 상단에 배치했을 때 흡연 예방 효과가 높고, 눈에 잘 띄는 정도를 의미하는 응시율이 10∼14% 포인트 높아진다는 내용의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또 경고그림을 상단에 배치하면 흡연율 감소로 의료비용 등이 줄어 3천180억 원∼4천250억 원 가량의 편익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규개위의 재심 결과 발표 직후 경고 그림을 담뱃갑 상단에 배치하고, 경고 그림을 가리지 못하도록 진열대 교체를 금지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법제처 심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개정 시행령이 공포되면 흡연 경고그림은 오는 12월23일부터 담뱃갑 포장지의 앞면과 뒷면 상단에 각각 면적의 30%(경고문구 포함 50%)를 넘는 크기로 표기돼야 한다.

경고그림은 24개월 주기로 변경되는데, 복지부 장관이 10개 이하의 경고그림 중 어떤 것을 사용할지 고시하도록 돼 있다.

경고그림 상단 배치는 우리나라가 가입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가이드라인(11조)의 권고 사항이기도 하다.

가이드라인은 "담뱃갑 건강경고의 위치는 가시성을 최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단에 위치하는 것이 하단에 배치하는 것보다 가시성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한 80개국 중 위치를 상단으로 명시한 경우는 63.8%나 된다.

앞서 규개위는 지난달 22일 첫 심의에서 흡연 경고그림의 담뱃갑 상단 위치 규정을 철회할 것을 권고했지만, 이에 대해 금연·보건 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복지부도 심의 결과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다.

특히 첫 심의에는 KT&G 사외이사를 지낸 손원익 규개위원(안진회계법인 R&D센터 원장)이 심사에 참여해 논란을 키웠다.

그는 이번 재심에는 불참했다.

규개위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담뱃갑 경고그림 상단 표기에 따른 실증적 근거와 비용·편익 분석 결과 등을 새롭게 제출해 복지부의 입장을 받아들였다"며 "각 부처는 신설·강화 규제에 대해 엄밀한 규제영향 분석이 중요하다고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