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휴가·휴학하고 "한 표라도 더"

4·13 총선 운동에 후보들 뿐 아니라 가족들도 뛰고 있다.

일찌감치 지원에 나선 가족들도 있지만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며 곳곳에서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지자 자녀는 물론 배우자, 고령의 부모까지 '총동원'돼 힘을 보태고 있다.

◇ "아빠·엄마 도와주세요"…휴직·휴가·휴학 불사
대구 수성갑에서는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의 딸들이 유세 대결을 펼쳤다.

김문수 후보의 딸은 지난 4일 남편과 함께 대구를 찾아 지역구 곳곳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 비교적 조용한 지원 활동을 벌였고, 김부겸 후보의 막내 딸은 지난 3일 대구에 내려와 선거운동원들과 어울려 선거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아빠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공주부여청양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의 유세에는 두 딸이 지원 유세에 나섰는데, 둘째 딸은 4개월 전부터 다니던 직장도 접었다.

인천 연수을 새누리당 민경욱 후보는 대학 새내기 딸인 수홍(19)양과 함께 거리유세를 나서 '심쿵해', '픽미' 등 주로 젊은 유권자들이 좋아하는 노래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전북 정읍·고창에 출마한 더민주 하정열 후보 딸 경민(38·방송사 아나운서)씨는 최근 휴직하고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미스코리아 출신인 그는 빼어난 말솜씨를 바탕으로 유권자들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송파을 최명길 더민주 후보의 딸 3명은 '딸내미 유세단'이라 이름 붙여 유세에 나섰다.

옷과 깃발에 '딸1', '딸2', '딸3'이라고 써 붙이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인사를 다닌다.

고양병 더민주 유은혜 후보의 딸은 올초 대학을 졸업했는데, 지난 주말 혼자 노인정을 돌며 엄마를 위해 선거운동을 벌였다.

서울 강서갑 국민의당 김영근 후보의 아들(24)은 현재 군 복무 중이지만 지난달 31일부터 15일짜리 휴가를 내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총선과 울산시장 선거에 총 7번 출마해 모두 떨어진 울산 남구을 무소속 송철호 후보의 자녀도 송 후보의 '7전 8기'를 돕고 있다.

사법고시(50회)에 동시 합격해 화제를 모은 송 후보의 변호사 두 딸 민정(36·KT&G 법무팀)·지연(34·김앤장)씨와 현대자동차에 다니는 큰아들 동원씨 모두 직장에 휴가를 내고 울산으로 내려와 유세 현장을 누비고 있다.

대구 동구을 무소속 유승민 후보도 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유담(22)씨가 휴학계까지 내고 아버지를 돕고 있다.

유담씨는 최근 아버지 지역구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 공개되며 연예인 뺨치는 외모로 온라인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한 후보의 자녀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온종일 걷는 것도, 술 취한 분의 험한 말을 듣는 것도 지친다"면서도 "아버지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하셨으니 그 말씀을 믿고 오늘도 난 명함을 돌린다"라고 적었다.

◇ 배우자·부모·친척까지…"당선시켜 달라" 읍소
새누리당 대표이자 부산 중·영도에 출마한 김무성 후보 부인 최양옥씨는 최근 발목에 금이 가는 바람에 목발을 짚은 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주위의 만류에도 그는 "전국 지원유세 중인 남편을 대신해 중·영도를 지키겠다"며 시장과 골목을 누비고 다닌다.

새누리당 보령·서천 선거구 김태흠 후보의 아내 이미숙씨는 재직 중인 직장(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에 연가를 내고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데, 호소력 짙은 연설로 유권자들을 자극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남편의 유세를 돕던 의사 출신 부인이 응급환자를 구한 사례도 있다.

광양·곡성·구례 선거구 더민주 우윤근 후보의 아내 위희욱씨는 경기지역의 한 대학병원 전문의인데, 공식 선거운동 개시후 첫 주말인 2일 오전 남편을 도우러 간 전남 곡성의 한 행사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할머니를 발견, 119가 도착하기 전까지 응급조치해 주위의 칭찬을 받았다.

후보 아버지들의 노익장도 눈길을 끈다.

더민주 전주병의 김성주 후보의 부친 창영(86)씨는 관내 경로당은 물론 전북대 등 대학가를 돌며 "부모 모시고 고향을 지킨 막내아들, 성주를 버리지 말아달라"며 읍소하고 있다.

보은·옥천·영동·괴산 선거구에서는 아들인 더민주 이재한 후보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아버지 이용희(85)씨가 현역 시절의 보좌관과 4개 군 지역을 돌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빡빡한 선거운동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5선(9·10·12·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더민주 중앙당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 고양갑의 정의당 심상정 후보 남편 이승배 씨는 '남편'이라고 적힌 노란 옷을 입고 이색 선거운동을 벌이고, 더민주 조응천 후보 아내는 머리띠를 두른 채 출·퇴근 시간 등 틈나는 대로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 "가족의 이름으로" 온 가족 총출동
새누리당 김해을의 이만기 후보 부인 한숙희씨는 남편과 함께 출·퇴근길 인사는 물론 틈만 나면 명함을 챙겨 혼자서 지역 곳곳을 누빈다.

이 후보의 아들 민준, 동훈 군도 각자 역할을 분담해 지역 내 젊은 유권자들을 만나고 이 후보와 함께 모 방송사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이 후보의 장모 최위득(78)씨도 경로당 등을 돌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맞상대인 더민주 김경수 후보 부인 김정순씨도 선거운동 시작 때부터 '우리 남편 김경수의 마음을 꼭 받아주세요'라고 쓴 피켓을 든 채 인사를 하고 지역 주부 모임 등에서도 활발하게 참가하는 등 발품을 팔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갖게 된 이 후보 아들 동찬 군도 선거캠프 내 젊은 봉사자들과 함께 지역을 돌며 '아빠 지지'를 당부한다.

5개 선거구가 묶인 '공룡 선거구'에서는 가족의 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무소속 김진선 후보의 아내 이분희(63)씨는 '공룡 선거구' 특성상 김 후보가 예정된 장소를 모두 돌지 못하면 대신 찾아간다.

김 후보의 딸 소연(31)·준수(26)씨도 지난달 11월부터 캠프에 상주하며 김 후보의 연설문 작성을 돕고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리는 등 온·오프라인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의 무소속 전상환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친누나 전선조(62) 씨가 사무장으로, 친남동생이 전홍근(52) 씨가 사무원으로 후보의 주요 일정을 챙기는 등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부인 황정애씨와 큰딸 혜린(25)씨는 물론 전 후보의 85세 노모 김화자 씨와 막내 이모 김복덕(70) 씨도 적극적으로 나서 유세를 지원하는 등 온 가족이 선거에 매달리고 있다.

가족의 눈물겨운 노력과 화합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여 선거운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참여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전선조 사무장은 "가족이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선거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진실하게 선거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서 선거가 막판으로 갈수록 '가족의 힘'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후보는 "가족까지 동원해 '표 구걸을 한다'는 비판이 부담스러워 아내 외에는 선거운동을 함께하지 않는다"면서 "부득이 자녀나 고령의 부모가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에 가세하면 가족임을 굳이 밝히지 않는다"고 전했다.

(장영은 박성민 이은중 최종호 박창수 전창해 노승혁 이정훈 신민재 손상원 김용민 박영서 홍인철)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