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과반 의석(150석)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에 대해 야당은 ‘엄살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지지 성향 유권자에게 위기의식을 불어넣어 이들을 선거장으로 이끌려는 전략이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새누리당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야당 지지 성향의 ‘숨은 표’가 최소 5%포인트 정도는 된다고 반박했다. 여론조사가 집 전화 위주로 이뤄져 야당 지지세가 강하고 휴대폰을 주로 이용하는 20~30대 표심이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새누리당은 지적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유선전화 가입자 비중이 주민등록상 가구 수의 60% 수준이어서 여론조사가 젊은 층의 의견을 정확히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지역이 많은 데다 부동층이 과거보다 늘어나 숨은 표를 계산하면 실제 판세가 여당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10일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과거 사례를 들어 야당 지지 성향의 ‘숨은 표’를 인정한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2012년 총선 당시 3월26일부터 4월4일까지 시행한 수도권 지역 여론조사 124건 가운데 새누리당 후보가 1위로 꼽힌 것은 64건이었으나 실제 당선은 37건에 그쳤다.

경기 광명을에서 전재희 새누리당 후보가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언주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10%포인트 이상 앞섰으나 이 후보가 승리한 것이 단적인 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오세훈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의 여론조사 결과 양자대결에서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결과는 두 후보 간 격차가 0.6%포인트에 불과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집 전화 위주로 하다 보니 여론조사상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수도권에서 야권 득표율이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높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다만 양당 대결이 아니라 이번엔 3당 대결이라는 게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야권의 숨은 표가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얼마나 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김명준 글로벌리서치 이사도 “국민의당의 등장으로 야당의 숨은 표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며 “관건은 이런 숨은 표가 얼마나 투표장으로 가느냐 여부”라고 강조했다. 여론조사 기법이 개선돼 예전보다 숨은 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