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란도트', 객석 사로잡은 카솔라의 강렬한 음색
“아버지, 이제 이방인의 이름을 알아냈어요. 그의 이름은 사랑!”

굳게 얼어붙어 있던 공주의 마음에 마침내 사랑이 싹 텄다. 얼음장 같은 표정을 내내 유지하던 투란도트 역의 이탈리아 소프라노 조반나 카솔라(사진)는 떨리고 흔들리는 목소리로 아리아 ‘처음 흘려보는 눈물’을 불렀다. 열렬히 구애하는 칼라프 왕자의 사랑을 받아들이며 환희에 가득 찼다. 카솔라는 강렬한 음색과 몸짓으로 한 여인의 이중적이면서도 급변하는 마음을 표현하며 객석을 사로잡았다.

지난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오페라 ‘투란도트’는 ‘현존하는 최고의 투란도트’로 불리는 카솔라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20여년간 500회 이상 투란도트 역을 맡으며 “더 이상의 투란도트는 없다”는 찬사를 받은 카솔라다. 올해 그의 나이 71세. 고령의 나이에도 엄청난 에너지와 극적 표현력을 요구하는 투란도트 공주를 원숙하게 소화해 냈다. 음색에 스며든 나이의 한계는 어쩔 수 없었지만 세월을 뛰어넘는 열정 넘치는 연기와 카리스마 있는 무대 장악력으로 투란도트가 느끼는 사랑에 대한 두려움과 고민을 고스란히 표현해 큰 갈채를 받았다. 칼라프의 노비 류 역의 이탈리아 소프라노 발레리아 세페는 가냘프고 서정적인 아리아로 칼라프에 대한 마음을 애틋하게 전달했다. 그를 대신해 스스로 자결하는 장면에선 성숙하고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마음껏 표출했다. 칼라프 역의 테너 신동원도 투란도트처럼 이중적인 모습을 잘 드러냈다. 류의 마음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투란도트에게만 저돌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에서 권력욕을 표현했다.

솔오페라단과 ‘세계 3대 오페라 페스티벌’로 꼽히는 푸치니페스티벌 팀이 공동 제작한 공연으로 2014년과 지난해 이탈리아 푸치니페스티벌에 올린 무대를 그대로 가져왔다. 무대 디자인과 의상이 독특했다. 이전 국내 투란도트 공연에선 곡선 위주의 아르노보풍 무대 세트와 의상을 주로 사용했다면 이번 무대에선 기하학적인 무늬로 구성된 아르데코 양식의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몽환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무대였다. 8~10일 서울 공연을 마친 ‘투란도트’는 오는 15~16일 김해 문화의전당 마루홀 무대에 오른다. 6만~12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