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 대회가 한국보다 공 치기에는 더 좋더라"
"장타력 덕분에 나름 괜찮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올림픽은 지나친 욕심이지만 최선 다하겠다"

"상금왕, 대상 다 욕심은 나죠. 미국 무대 진출은 기회가 되면 모를까, 가려고 막 애쓰고 싶지는 않아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장타여왕' 박성현(23·넵스)은 2016년 시즌에 가장 유력한 상금왕 후보다.

지난해 상금왕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미국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전인지에 이어 상금랭킹 2위에 올랐던 박성현이 상금왕 후보 1순위로 꼽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박성현을 올해 KLPGA투어에서 '절대 강자'로 예상하는 것은 작년 성과뿐 아니라 올해는 기량이 더 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박성현은 2016년 시즌을 대비해 미국에서 겨울훈련을 했다.

훈련뿐 아니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3개 대회를 치렀다.

LPGA투어 3차례 대회에서 공동13위(JTBC파운더스컵), 공동4위(기아클래식), 공동6위(ANA 인스퍼레이션)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3개 대회에서 받은 상금은 17만1천143달러에 이른다.

7일 현재 LPGA투어 상금랭킹 18위에 해당한다.

박성현이 3개 대회에서 받은 상금은 7개 대회를 치른 폴라 크리머(미국)가 챙긴 상금 16만7천985달러보다 많다.

큰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장타력은 미국 무대에서도 통할만큼 위력이 여전하고 약점이던 쇼트게임과 그린 플레이는 미국 전지훈련과 LPGA투어 대회를 통해 눈에 띄게 향상됐다.

6일 귀국해 오는 14일 개막하는 삼천리 투게더 오픈을 통해 올해 첫 KLPGA투어 대회에 출격하는 박성현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원정 훈련과 LPGA투어에서 느낀 점, 그리고 올해 상금왕에 대한 의욕과 LPGA투어 진출 계획 등을 밝혔다.

다음은 박성현과 일문일답. 괄호 속은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한 설명이다.

--다음 주부터 올해 시즌을 시작한다.

다들 올해 상금왕과 대상 후보로 꼽고, 올해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한다.

▲ 내 독무대가 되리라는 건 아닌 것 같다.

베트남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한 조정민 선수나 준우승을 두 번 한 지한솔 선수를 보니 작년 신인 선수들이 굉장하다.

올해 투어에 들어온 신인 선수들도 무섭고… 누구 한 명의 독무대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 올해 상금왕이나 대상 욕심나지 않나?
▲ 솔직히 말하면 욕심은 있다.

그래서 사실은 LPGA투어 JTBC파운더스컵 대신 같은 기간에 중국에서 열린 KLPGA투어 대회에 참가할 생각도 했다.

그런데 중국 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와서 LPGA 대회에 출전하는 건 이동 거리나 일정으로 볼 때 무리라고 여겨서 포기했다.

(중국에서 열린 KLPGA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박성현과 상금왕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이정민이 우승했다.

)
-- 올해는 어떤 목표를 설정했나?
▲ 작년에 3승 했으니 올해는 4승을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처음 우승했던 대회인 한국여자오픈 타이틀 방어도 하고 싶다.

-- LPGA투어 대회를 겪어보니 어떻던가?
▲ 한국보다 공 치기에는 더 좋더라. 코스도 한국보다 더 쉬운 것 같다.

ANA 인스퍼레이션이 열린 코스가 LPGA투어 대회 개최지 중에 꽤 어렵다고들 하는데 어렵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라. 코스나 연습 여건 등등은 한국보다 낫긴 낫더라.
--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나?
▲ 미국에 오기 전에는 별로 LPGA투어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다들 미국, 미국 해도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와보니까 이래서 오는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 그렇다면 미국 무대 진출 계획은 있나?
▲ 아직 구체적인 생각은 안 해봤다.

아직은 한국이 좋다.

기회가 오면 그때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

LPGA투어에 진출하려고 아등바등하지는 않겠다.

--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치를 생각도 전혀 없나?
▲ 전혀 없다.

(초청선수로 출전하는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해서) 자연스럽게 자격이 생기면 모를까, 퀄리파잉스쿨을 보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챔피언십과 올해 3개 대회 등 LPGA투어 대회에 네 차례 출전했다.

LPGA투어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 (국내 선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예상했고 하던 대로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겪어보니 그런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 한국에서는 최장타였다.

LPGA투어에서는 어땠나?
▲ 한국에서는 내가 제일 멀리 치는 선수였는데 LPGA에서는 장타 1위는 아니더라. LPGA 선수들을 대부분 장타를 치더라. 그래도 LPGA투어에서 장타력에서 밀리지는 않았다.

한국만큼 월등한 장타력은 아니지만, LPGA 투어에서도 내가 꽤 멀리 치는 편이더라.
-- 역시 장타력이 LPGA투어에서도 통했나?
▲ 내가 최대 장점은 장타력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장타력 덕분에 LPGA투어에서도 나름 괜찮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본다.

-- 기아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와 챔피언조 동반 라운드를 치렀다.

리디아 고에게 우승을 내준 뒤 리디아 고의 노련한 경기 운영을 칭찬했다.

공격적인 경기 방식 대신 리디아 고 스타일을 닮고 싶은 생각은 없나?
▲ 내 스타일을 바꾸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리디아 고가 정말 잘하긴 잘하더라. 효율적으로 치면서 공을 항상 똑바로 보냈다.

그게 리디아 고의 장점이고 그런 장점을 잘 활용한다.

내 장점은 장타와 공격적인 경기 방식이다.

내 장점을 살리는 스타일을 밀고 나가겠다.

-- 리디아 고의 코스 매니지먼트도 부럽지 않았나?
▲ 사실 기아 클래식 때 캐디와 의사소통에 문제가 많았다.

영어가 안되니까 캐디와 대화가 없었다.

캐디와 많은 대화를 하면서 코스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아야 코스 매니지먼트가 가능한데…기아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리디아 고에 완패한 건 그런 불리함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였다.

-- 역시 LPGA투어에 가려면 영어 구사 능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 그렇다.

미국 대회에 나가기 전에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에게 물어봤는데 영어 못해도 된다고 하더라.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까 영어 구사 능력이 중요하더라. 미국에 진출하려면 영어는 좀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 올해 LPGA투어 대회는 몇 차례나 더 출전하나?
▲ 일단 US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아직은 모르겠다.

아예 나가지 않을 수도 있고…국내 대회 일정이 우선이다.

-- 미국 전지훈련과 LPGA투어대회 출전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어떤 성과가 있었다고 보나.

▲ 확실히 그린 주변에서 하는 쇼트게임이 늘었다.

쇼트게임 기술도 기술이지만 사실 작년까지는 그린 주변에서 볼을 칠 때마다 (실수할까 봐) 마음이 불안했다.

전지훈련과 LPGA투어 대회를 치르면서 그런 불안감이 없어졌다.

쇼트게임을 잘하는 선수에 비해 아직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나아진 건 사실이다.

-- 세계적인 교습가 데이비드 레드베터가 공짜로 가르쳐주겠다고 했다는데?
▲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에 앞서 연습장에서 만났다.

미셸 위 레슨을 하던 레드베터가 오더니 플로리다에 있는 자기 아카데미에 오면 공짜로 다 해주겠다고 하더라. 너무 갑작스러운 말이라 놀랐다.

그냥 '고맙다'고만 했다.

-- 레슨을 받지 않고 독학한 것으로 알고 있다.

레드베터나 부치 하먼 같은 세계적인 교습가라면 배우고 싶나?
▲ 만약 미국에 진출한다면 배워보고 싶다.

세계적은 교습가니까 분명 배울 게 있지 않겠나.

-- 만약 배운다면 뭘 배우고 싶나?
▲ 트러블샷이다.

여러 가지 상황에 대처하는 샷을 배우고 싶다.

또 전반적으로 내 스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점검을 받고 싶다.

-- 여자골프 선수들은 온통 올림픽 얘기다.

일본에서 뛰는 이보미 선수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한다고 하더라. 올림픽에 나가고 싶지 않나?
▲ 올림픽까지는 사실 지나친 욕심이라 여긴다.

하지만 아주 포기하는 건 아니다.

내게도 분명히 기회는 있는 거니까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 석 달 가까이 미국에 머물렀는데 이렇게 오랜 기간 겨울훈련을 하면 힘들지 않나?
▲ 원래 겨울 훈련을 오래 하는 편이다.

필리핀에서 넉 달 동안 전지훈련을 한 적도 있다.

그때는 정말 한국 가고 싶었다.

이번에는 그래도 그때보다는 (한국에 가고 싶은 생각) 덜하다.

-- 이번 미국 훈련 동안 좀 여윈 것 같다.

▲ 소화가 잘 안 되는 편이라 원래 음식을 많이 먹는 편이 아니다.

빵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미국에서는 매일 먹다 보니 질려서 잘 못 먹었다.

미국에서 두 달 넘게 있으면서 햄버거도 나중에는 거의 먹지 않았다.

이제 한국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집밥 먹고 힘내겠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